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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민욱 별세, 뒤늦게 찾은 '아버지의 삶과 고뇌'


입력 2017.03.03 08:13 수정 2017.03.04 17:59        이한철 기자

2년간 두경부암 투병 끝에 1일 별세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았던 마지막 10년

배우 민욱이 두경부암으로 별세했다. ⓒ KBS

배우 민욱이 두경부암 투병 끝에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약 2년 전부터 투병생활을 해오던 민욱은 최근 들어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민욱은 20~30대 젊은층에겐 낯선 인물이지만 중장년층에는 친숙한 배우다. 1969년 K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작품에서 굵직굵직한 비중의 역할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그가 출연한 작품의 면면도 화려하다. '코리아 게이트' '순영의 시대' '달리는 사람들' '매천야록' '남매' '독립문' '형사 25시' '도둑의 아내' '조광조'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싱글파파는 연애중' '부자의 탄생' 등 여전히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에는 그의 발자취가 기록돼 있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은 팬들에게도 큰 충격과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 그가 대중들 사이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60대에 접어들면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좁아진 데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새로운 삶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욱은 2012년 KBS 2TV '여유만만'에서 달라진 삶과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사업에 손을 대면서 작품 활동이 뜻했다"던 민욱은 "사업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선택한 길"이라며 자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를 간간히 하긴 했지만, 사업에 집중하느라 작품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후회가 된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송 활동이 줄어들면서 느낀 쓸쓸함도 고백했다. 배우가 아닌 사업가로, 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 달라진 삶은 수십 년간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온 자신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자꾸 나가면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니까 밖에 나가기 싫더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가정에 충실하려 했던 그의 진심과 사랑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티비 문학관 단골이신 배우였는데 명품 연기자 분들이 떠나 아쉽다" "어릴 적 TV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명복을 빕니다" "멋진 역할과 활약 감사했습니다" 등 고인의 명복을 비는 팬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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