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모집 ‘수 싸움’ 치열해진 민주당 대권주자들
안희정 이재명 "7일을 최장 14일로 연장해야"
문재인 측 "경선 룰 관련 이미 지도부에 일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수 싸움'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경선 선거인단이 모집 22일 만에 160만 명에 육박하자, 선거인단 규모에 따른 각 캠프별 손익 계산도 엇갈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저녁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헌재의 탄핵 인용 후 7일'로 권고 의결했다. 오는 10일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다음날인 11일부터 18일까지 2차 선거인단을 모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초 헌재 선고 3일 전 마감하기로 했던 1차 선거인단 모집은 9일 오후 6시에 마감하기로 했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후발주자들은 곧바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면담을 청하고,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최대 14일까지 연장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 최고위가 후보 대리인단과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마감 기한을 결정, 당헌당규가 규정한 권한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안희정 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지도부가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7일간으로 권고 의결한 것은 국민의 선거인단 참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후보 대리인도 경선 흥행을 위해서는 최대한 기간을 연장해야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는데,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권고 의결한 것은 적절하지 않고, 기존의 관행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인단 모집기간이 짧으면 국민 참여가 줄어들어, 당내 기반이 강한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완전국민경선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당 최고위원회가 권고 의결을 취소하고, 후보 대리인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논의하고 합의한 사항을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시장 측도 “후보자 간 대화를 통해 결정할 문제이지, 최고위가 개입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현재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당규 제19호 31조(선거인단의 모집) 4항에 명시된 '선거인단의 모집 마감 시점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반발하고 있다. 당규에 따라 당 선관위가 각 캠프 측 대리인단과 논의와 합의를 거쳐 모집 마감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에 비해 비당원·중도 진영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 지사로서는 모집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 유권자의 참여도 늘어나 경선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 시장 역시 문 전 대표보다 당 안팎의 조직력이나 인지도는 뒤처지지만, 이른바 ‘손가락 혁명군’으로 불리는 열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 이들의 참여가 많아져야 경선에서 안 지사를 제치고 2위를 노릴 수 있다. 민주당은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1위 후보가 과반득표에 실패하면 1·2위가 결선투표를 치러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이 경선 룰에 대해 이같이 직접적으로 반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당 지도부가 ‘완전국민경선제’를 골자로 한 경선 룰을 최종 발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타 후보들의 동참을 촉구했지만,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한 목소리로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각 후보별 지지층이 재결집할 경우, 1차 접수에 비해 2차 접수 열기가 더 뜨거워질 수 있다. 실제 안희정 캠프에선 ‘선거인단 200만’이 실현될 경우 2위를 노리는 후보들에 훨씬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거란 기대감이 크다. 또한 지금까지와 같은 모집 속도라면, 200만 명 돌파도 노려봄직하다는 게 캠프의 전망이다.
반면 당 지도부는 경선 흥행과 향후 일정, 모집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기간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고위는 앞서 지난 3일 당규에 △대선 55일 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이날부터 대선 49일 전까지 7일 간 2차 선거인단을 접수한다는 ‘별표’ 규정을 마련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앞서 경선 룰과 일정 등에 관한 사항을 지도부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타 후보군 측에서 당이 문 전 대표에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며 반발이 이어지자, 더문캠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에게 따로 부탁한 적도, 말한 적도 없다. 모집 기간이 길어지면 문 후보에게도 좋지만, 우리는 당이 정한대로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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