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맹탕 토론' 넘어선 '1대1 끝장토론' 실현될까
시간·주제 제약에 부딪쳐 정작 필요한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약점 파기, 인신공격성 공세 난무..."제대로 검증할 장 만들어야"
조기 대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후보자 검증을 위한 공개토론회의 한계도 커지고 있다. 정해진 시간과 주제에 맞춰 네 명의 예비후보가 발언을 하다 보니,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 운영과 직결되는 분야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연정 논란’에 치우치는 등 틀에 박힌 공방만 계속되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방영된 세 번째 공개 TV토론회에선 후보들 간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 내거나 추상적 이념 등에 근거한 공세들이 난무했다. 실제 이날 토론은 문재인 후보의 당내 리더십 문제를 비롯해 안희정 후보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복역 문제,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등 전과 문제로 귀결됐다.
특히 최성 후보는 토론회 과정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주도권 토론을 오롯이 안 후보와 이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를 향해선 자치 분권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 해달라고만 요청하며 발언 기회를 내어줬다. 안 후보 역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 탈당 사태에 대해 문 후보가 당 리더로서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며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또한 토론회 초기부터 계속됐던 안 후보의 '대연정' 범위 및 의미와 관련, 타 후보들이 야권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을 문제삼고, 안 후보가 이에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해명하는 방식이 여전히 반복됐다. 해당 주제는 지난 두 번의 토론회는 물론, 공개석상에서도 수 차례 제기되며 정체성 논쟁으로 번져왔다.
이렇듯 토론회가 정치적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후보들의 발언 역시 대부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그에 따른 민간 기업의 타격 문제에 대해선 단 1분짜리 답변이 전부였다.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복지 확대’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등 원론적인 내용만 오갔다.
이에 후보들 사이에서부터 ‘무제한 토론’을 통해 자질을 겨루자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 제약에 쫓기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선 후보자의 정책과 소신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후보자들로서도 타 후보와 정책으로 대결하고 평가받을 만한 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이날 주도권 토론에 앞서 TV 토론회가 가진 현실적 제약을 강조한 뒤, 나머지 후보들에게 무제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안 후보도 15일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향후 예정된 토론회는 ‘후보 간 1대1 토론’을 원칙으로 하되 △주제와 시간 제약 없는 무제한 끝장 토론으로 진행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박 대변인은 “세 번의 토론이 끝났지만 여전히 변별력 없는 ‘맹탕 토론회’라 지적되고 있다”며 “짧은 시간 여러 후보들의 토론이 이어지면서 쟁점은 흐려지고 선명성을 위한 인신 공격성 발언과 추상적 공방만 남았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첫 ‘1대 1 끝장토론’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치를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 캠프 김병욱 대변인은 “그동안 3회에 걸친 방송토론회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안 후보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오늘 오후라도 후보자 간 일대일 끝장토론을 위한 실무 협상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반면 문 후보는 “토론을 피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당과 협의해서 일정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후보 그룹은 물론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후보자의 진면목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토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각 캠프와 당이 어떠한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낼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 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1대1 끝장토론'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7일 오후 1시30분부터 제 4차 경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아울러 5차 토론회는 오는 19일 오전 9시부터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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