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광속구' KBO리그 신진 파이어볼러들
위기론 대두된 한국 야구, 세대교체 재목들 눈에 띄어
시속 155km 이상 뿌리는 강속구 투수들 주목
야구에서 팀 전력을 꾸릴 때 가장 먼저 구상해야 할 부분은 역시 마운드다.
팀의 뼈대 역할을 하는 투수진부터 제대로 구축해야 전력의 살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기론이 대두된 한국야구가 세대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수 쪽에서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국제 대회에서 늘 정상권 실력을 보이는 일본은 지난 WBC에서 핵심 전력인 오타니 쇼헤이가 빠졌음에도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국제 대회를 처음 경험하는 투수들이 많음에도 등판하는 투수마다 시속 150km 전후의 속구를 뿌렸다. 특출한 투수 한두 명에 의존하는 마운드 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야구대표팀과 대조를 이뤘다.
KBO리그 팬들은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파이어볼러에 목이 말랐다. 긴 기다림 끝에 응답이 오는 것일까. 올 시즌 광속구를 구사하는 영건들이 한국 야구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한승혁 (KIA 타이거즈·1993년생)
KIA 한승혁은 시범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투수다.
5경기 5이닝 1피안타 2볼넷으로 KIA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투구 내용도 빼어났지만 전광판에 찍히는 그의 구속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느끼게 했다. 최고 스피드 시속 157km인 광속구를 쉽게 뿌리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1군 무대에서 제구가 흔들리던 단점 역시 상당히 개선됐다. 단점이었던 제구가 안정되자 장점이었던 속구의 위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정규시즌 첫 등판인 1일에는 KIA 불펜의 난조로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등판해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며 0.1이닝 1안타 1볼넷 2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수의 탓이라기보다는 벤치 실수에 가까웠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거의 모든 투구가 150km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시속 160km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배제성(롯데 자이언츠·1996년생)
롯데는 2017년을 기점으로 마운드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롯데 마운드를 지탱한 선수들은 대부분 30대 선수들이었기에 마운드의 세대교체는 롯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지난해 롯데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박트리오' 외에도 새로운 영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제성이 특히 눈에 띈다. 2015년 신인지명에서 2차 9라운드라는 늦은 순위로 지명된 그는 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투수다. 아직까지 1군 기록이 없고 고교 때도 유명세를 떨쳤던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달랐다.
아직은 다소 거칠지만 190cm의 신장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150km 속구는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하다. 미래를 보고 지명했다는 롯데의 설명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제구에 약점이 있지만 배제성이 영점을 잡는다면 노쇠한 롯데 불펜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서진용(SK 와이번스·1992년생)
한승혁이 마무리를 노리는 KIA와 마찬가지로 SK도 신진급 파이어볼러가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SK 강속구 투수 서진용이 그 주인공이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된 2011년 깜짝 1라운드 지명으로 화제가 됐던 서진용은 프로 데뷔 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야구 실력보다는 수려한 외모로 더 주목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 이후로는 외모보다 그의 실력이 더 화제가 될 전망이다. 주무기 강속구를 앞세워 시범경기 5번의 등판에서 5이닝 무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WBC 출전 이후 페이스가 좋지 않은 박희수를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
1일 첫 등판에서도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은 '미남 파이어볼러' 서진용의 활약 여부에 2017시즌 SK 불펜의 안정화가 달려있다.
이동원(두산 베어스·1993년생)
시속 157km를 수차례 기록하며 주목받은 한승혁의 구속을 뛰어넘은 투수가 있다. 두산의 무명 투수가 158km의 구속을 찍으며 한승혁의 구속을 뛰어넘은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않은 '158'의 주인공은 두산 이동원이다. 2012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동원은 엄청난 속구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심각한 제구난조로 현재까지 정식 선수 신분이 되지 못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공식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이동원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친 제구 탓에 폭투와 실투를 반복하며 두 타자를 상대로 볼넷 2개를 허용한 후 바로 강판됐지만,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는 이동원이라는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1군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육성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품게 한다.
글: 이정민/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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