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선출…'보수 단일화' 첫걸음 뗐다
한국당 후보로 홍준표 결정 시 단일화 가능성 커져
낮은 지지율 극복 과제…단일후보 못되면 당 존립 위태
이변은 없었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유승민 의원이 28일 선출됐다. 유 의원이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를 낸 만큼 해당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당의 존립과도 연계돼 있다. 유 의원이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날 경우 바른정당은 ‘불임 정당’의 오명 속에 흡수·합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3만 6593표(62.9%)를 얻으며 2만1625표(37.1%)를 받은 남경필 경기지사를 누르고 당 후보로 선출됐다. 유 의원은 “반드시 국민의 마음을 모아 우리가 처한 안팎의 절대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출해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낮은 지지율은 직면한 과제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태 의원보다도 낮은 5%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당 지지율도 한국당은 커녕 정의당 보다 낮다. 또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공무원연금법 파동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통적인 보수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이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된 건 비문(비문재인)연대 혹은 보수 진영 단일화의 첫 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중 비문연대에 대해선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제3지대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원샷’ 경선과, '선(先) 보수 진영 단일화 후(後) 국민의당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를 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성사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비문연대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연대에 소극적인데다, 국민의당이 한국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호남 민심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비문연대는 가능성이 없고, 국민의당과 보수 단일화 후보의 연대도 불가능하다. 안 전 대표 때문”이라며 “통합은 서로 부족해야 가능하다. 협상이 돼야 하는데 (보수 진영에서) 내놓을 게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뒤를 이어 독주하는 형세가 되면 보수 후보들이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 수 없다”며 “이념과 스펙트럼이 다른데 그걸 뛰어넘는 절박함이 있어야 단일화-연대에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결국 유 의원과 한국당의 후보가 ‘보수’라는 하나의 기치 아래 뭉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할 거라는 말이다. 유 의원은 그간 한국당 내 친박 청산이 이뤄지면 보수 진영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되는 홍 지사도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의원이 당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보수 단일화의 첫 번째 걸음이 떼졌다”며 “바른정당 당원 내지는 선거인단은 보수가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보수 진영 단일화에 긍정적인 유 의원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각론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에 따라 단일화 성사 여부는 한국당 내 강성 친박에 대한 인적청산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홍 지사는 대선 레이스에서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며 보수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유 의원 측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뜻과 가치를 함께 한다면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민심의 선택을 함께 받자는 의미”라면서도 “강성 친박에 대해서는 저희가 얘기할 사안이라기보다 한국당에서 선출될 후보가 규정할 일이다.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의원이 보수 진영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날 경우 당의 존재감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미미한 지지율 때문에 협상주도권을 쥐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데다, 보수단일 후보가 되지 못하면 결국 바른정당이 한국당에 흡수·합병될 공산이 크다. 유 의원이 전날 “보수 단일화에 대해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 원칙 있고 명분 있는 단일화를 추진할 때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중에서 한국당 후보가 나온다면 보수 진영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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