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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윤진 "주름 익숙…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


입력 2017.03.31 08:46 수정 2017.04.02 09:14        부수정 기자

영화 '시간 위의 집'서 1인 2역 소화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스크린 컴백

배우 김윤진이 영화 '시간 위의 집'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리틀빅픽처스

영화 '시간 위의 집'서 1인 2역 소화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스크린 컴백


"서른한 살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전 지금의 제가 가장 좋아요. 더 성숙해졌고, 더 나아졌죠."

배우 김윤진(43)에게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그가 출연한 영화 '시간 위의 집' 설정 때문이다.

3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시간 위의 집'은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30년형을 선고받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다.

사건이 일어나던 '그날'로 시작한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김윤진은 두 아이의 엄마로 따뜻한 모성으로 가득했던 '젊은 미희'와 자기 자신 이외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된 '늙은 미희', 두 모습을 준수하게 연기했다.

제작보고회 당시 김윤진은 "'사람이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윤진에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느 순간으로 가고 싶은지 물었다.

영화 '시간 위의 집'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윤진은 "이번 작품을 오래 기다렸다"고 전했다.ⓒ리틀빅픽처스

그는 "내가 얻은 경험과 노하우, 정신을 온전히 유지해서 서른한 살로 돌아간다면 최고"라며 "여자는 서른한 살 때 가장 예쁘고 빛난다"고 강조했다. "20대 때는 많이 불안했어요. 자존감도 없었고. 근데 30대 초반에는 성숙미가 더해져서 가능성이 무궁해지죠.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어쩌겠어요? 호호. 지금의 제가 더 좋아요. 외모만 서른한 살이면 딱인데(웃음)."

1996년 MBC 드라마 '화려한 휴가'로 데뷔한 그는 '쉬리'(1998), '밀애'(2002), '6월의 일기'(2005), '세븐데이즈'(2007), '하모니'(2009), '심장이 뛴다'(2010), '이웃사람'(2012), '국제시장'(2014) 등 다양한 국내 작품에 출연했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미스트리스' 등에서도 활약하며 월드스타로 바쁘게 지냈다.

이번 작품에서 김윤진은 전면에 나서 극을 이끌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윤진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앗싸!'라고 외칠 만큼 마음에 들었다"며 "'세븐데이즈' 이후 충격적이고, 알맹이가 꽉 찬 이야기를 만났다. 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시나리오를 받아서 너무 기뻤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이라 설렐 듯하다. "저도 오래 기다렸어요.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없을 뿐더러, 배우는 선택을 받고 캐스팅을 기다리는 직업이거든요. 개봉을 기다리는 지금, 행복하고 편해요."

평소 스릴러물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이야기를 추측하고 추리하는 '퍼즐놀이' 같은 재미가 있다"며 "드라마틱하고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시간 위의 집'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윤진은 "이야기를 추리하는 스릴러물에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리틀빅픽처스

무엇이 그를 '시간 위의 집'으로 이끌었을까. "늘 봐왔던 이야기가 아니라서 단숨에 읽었어요. 결국엔 모성애 이야긴데 정말 애틋하고 애절했지요. 공포 영화 속에 감동이 잘 버무려졌어요. 감독님이 과하지 않게, 매끄럽게 연출하셨죠."

이번 영화에서 김윤진은 아들을 향한 애타는 모성애를 절절하게 연기했다. 김윤진은 작품마다 다른 모성애를 선보였다. '6월의 일기'(2005)에선 복수하는 엄마, '세븐데이즈'(2007)에선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엄마, '하모니'(2009)에선 아이를 보내는 엄마, '이웃사람'(2012)에선 딸을 지키는 엄마였다.

배우는 굳이 모성애를 고집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캐릭터와 설정이 다른 탓에 각각 다른 연기를 했을 뿐이라는 거다. '시간 위의 집'에선 25년을 뛰어넘은 나이든 엄마를 보여줘야 했다. "선택당한 거죠. 무조건 할 수밖에 없었어요."

노인 연기도 해야 했다. '국제시장'에서 보여준 노인 연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후두암에 걸린 설정 탓에 목소리에 신경 써야 했다.

후두암 설정은 김윤진의 아이디어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를 더 극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설정이었다. 감정에 몰입할 때면 순간순간, 특유의 굵은 목소리가 나와 애를 먹었다고.

노인 분장은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을 참아야 하는 작업이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역할이라 실제 나이보다 20년 정도 더 들어 보이게 메이크업했단다. 분장이 끝나고 거울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배우의 올곧은 철학이 묻은 답변이 나왔다.

배우 김윤진은 영화 '시간 위의 집'에 대해 "늘 봐왔던 이야기가 아니라 단숨에 읽었다"며 "모성애가 들어간 공포 영화라 색달랐다"고 강조했다.ⓒ리틀빅픽처스

"글쎄요. 저는 화보 촬영할 때 포토샵으로 처리해서 보정한 사진을 보면 깜짝 놀라요. 제가 봐도 잘 나왔거든요. 근데 그 사진 속 저는 제가 아니에요. 캐릭터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사진 잘 찍었네' 생각뿐이죠.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영화에선 '내가 나이 들면 이렇겠지?'라고 생각한 적 없답니다."

여배우의 주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러운) 주름이 있으니깐 이런 역할을 한 것"이라며 "시술해서 과하게 팽팽한 얼굴이라면 못 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윤진은 부담스럽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연기하는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며 이야기와 분위기의 균형을 맞췄다. 김윤진의 내공과 연륜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윤진은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 정말 잘 한다'는 평가를 자주 듣지 못했다. 연기에 대한 극찬이 많이 나오지 않는 건 서운할 법하다. "저는 감독님, 대본의 의도를 잘 전달해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배우로서 노력하고요. 저만 빛나는 역할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극찬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하지 않습니다. 인생 길게 보거든요. 호호."

열린 마음으로 캐릭터를 받아들인다는 그는 "나 자신보다는 캐릭터를 위해 연기한다"며 "내가 먼저 캐릭터에 다가가는 편"이라고 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그는 "한국 촬영 현장이 좋아졌다"며 "미국처럼 현장 스태프들이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더 좋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시간 위의 집'에 출연한 김윤진은 "얄미운 악역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리틀빅픽처스

하고 싶은 역할로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악역을 꼽았다. 악역 캐릭터 제의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단다.

김윤진은 '밀회'로 2002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한 번 멜로 욕심은 없냐고 했더니 "손실을 안 보려면 정말 잘생긴 연하 배우와 호흡해야 할 듯하다"고 웃었다. "예전에 최민식 선배가 농담으로 진한 멜로 하자고 했어요. 다들 웃었죠. 민식 선배는 예쁘고 어린 여배우, 전 잘생긴 연하남이랑 해야 관객들이 본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하면 안 본다고. 하하."

극 중 최신부로 분한 옥택연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너무 친해져서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상상도 안 돼요. 택연이는 누구나 다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재밌고, 배려심도 깊고, 세세하게 챙겨주기도 하고요. 애교도 많아요. 이런 완벽한 남자들은 위험해요. 조심해야 합니다!"

포털사이트에 '시간 위의 집'을 검색하면 자동완성기능으로 옥택연이 김윤진보다 먼저 뜬다. 김윤진은 "그건 어쩔 수 없다"며 "옥택연 씨의 팬들 모두가 영화를 보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너무 좋을 듯하다. 팬분들이 그렇게 움직여 줘야 한다"고 미소 지었다.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배우라는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다 보니 작품을 자주하는 게 아니잖아요. 20대 관객들은 절 보고 신선한 얼굴이라고 생각할 듯해요. 늘 봐오던 배우가 아닌 거죠. 예전에 '하모니'를 찍을 때 나문희 선생님을 뵀는데 존재만으로도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저도 나문희 선생님처럼 되고 싶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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