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뚜벅이 유세' 3일차, 광주 찾은 안철수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시선들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됩니다" 소신투표 호소
<현장>'뚜벅이 유세' 3일차, 광주 찾은 안철수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시선들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정치적 고향에서도 밀릴 수 없다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의 발로였을까. 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자의 금남로 연설은 결연했다. 안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는 시민 중 몇 명은 안 후보의 연설을 듣다가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도 하루종일 도보로 걸어서 시민을 만나는 '뚜벅이 유세'를 이어가다 광주 정치 1번지인 금남로에서 유세차 위에 올라 "이제 저 안철수 걸어서 국민 속으로 사흘동안 계속 걷겠다. 가능하신 분은 저와 함께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4일 대구, 5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다.
안 후보는 연설 내내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됩니다"라며 호남의 '전략적 투표'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선거가 될 것"이라며 "모든 여론조사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긴다"고 역설했다.
특히 "여론조사만 보고 선거가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작년 총선을 기억해보자"면서 "그때도 그랬다. 바로 이곳 광주에서 여론조사 보시고 국민의당 끝났다 하신 분 계셨지만 결과는 어땠느냐"고 외쳤다. 지난 총선에서 안 후보의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전석,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석·2석만 내주고 사실상 호남을 싹쓸이했다.
경쟁 상대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안 후보는 "문재인이 김현철의 손을 들어올렸다"며 "최순실보다 더한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장본인이 김현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이런 사람과 함께 하면서 상대방을 적폐연대라고 한다. 적반하장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가 전날 부산 유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한 것을 놓고 하는 소리다. 지난달 19일 국민의당은 "김현철 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소통령'으로 불리며 국정을 농단한 주인공'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앞서 이날 안철수 후보는 새벽부터 남광주 시장을 시작으로 각화동 농수산물시장, 증심사, 광천터미널, 수완지구 롯데마트, 양동시장, 금남로 등을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직접 걷기도 하며 '뚜벅이 유세'를 이어갔다.
이날도 시민들은 안 후보와의 길거리 만남을 놀라워하며 사진 찍고 악수하기에 바빴다. 페이스북 생중계를 보고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를 찾아온 시민은 전날보다 많아졌다.
안 후보도 광주 시민들의 환대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시민들과 함께 걷다보면 확신이 생긴다"면서 "특히 광주는 항상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제일 강하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올바른 물꼬를 트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안철수가 원하는 '녹색돌풍'…가능성은 '미지수'
그러나 '정치적 고향' 광주에서의 '뚜벅이 유세'를 진행한 안 후보가 노렸던 '1년전 녹색돌풍'은 아직은 그 풍량을 가늠할 수 없다.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에 시민들은 애잔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의 '전략적 투표'에 대해 언급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50대 남성 조모 씨는 "안철수가 좋기는 한디, 영남서 홍준표한테 뒤지는 거 아니냐"며 "홍준표에 뒤지면 차라리 문재인 찍어주는 게 낫지 않것소?"라고 말했다. 이른바 '될 사람을 찍어준다'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다.
금남로 유세에서 안 후보의 연설에 눈가를 훔치던 60대 여성 한모 씨는 '왜 우시냐'는 물음에 "애잔하지 않단가? 며칠째 걸어서 다니는 것이 안쓰럽지"라면서도 '투표할 사람을 정했냐'는 물음에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 씨 역시 "지금 당장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한다면 광주는 백퍼센트 다시 국민의당을 찍을 것인디, 대통령 선거는 안철수가 여론조사가 너무 안나와부러서..."라고 대꾸했다.
광주 북구에서 산다는 60대 택시기사 김모 씨도 "아 글씨, 안철수가 훨씬 진정성 있고 좋지라. 근디 찍어준다고 해도 당선될 것 같지가 않지라"라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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