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선 패배 후 주도권 싸움 시작?…홍준표 위상 첫 시험대
탈당파 일괄복당, 홍 '당무우선권' vs 정우택 "절차 거쳐야"
정우택 "아무 반성 없이 오는 것에 반대 의견들 꽤 많아"
10일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이후 당내 내부에 잠재돼 있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될 조짐이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일괄 복당이 발화점이 될 것으로 보여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위상, 한국당의 진로, 정계개편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 6일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대통합의 일환으로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핵심 친박 인사들에 대한 징계해제와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복당을 지시했다.
홍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발동한 까닭은 지난 4일 일괄복당과 징계해제를 위한 비대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응하지 않으면서다.
당무우선권이 발동되자 정 권한대행은 상당한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정 권한대행은 대선에서 패하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과 관련 “(당무우선권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다”며 “조만간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논의를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홍 후보의 당무우선권 발동은 무효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당무우선권은 당무적으로 먼저 처리해달라는 요구지, 모든 과정을 전부 무시하고 초 당헌적 규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아무 반성이나 책임 없이 오는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의견들도 꽤 많이 있어 (당헌·당규에 명시된)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 일각에서는 곪았던 것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탄핵정국과 대선국면을 거치면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간의 갈등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특히나 대선이 끝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60일내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당권을 두고 갈등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지난해 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정현 당 대표 사퇴를 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해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에 선임했고, 지난 3월 홍준표 후보를 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면서 당 대표자리가 궐위된 상태로 지내왔다. 대선이 끝남에 따라 당헌 27조에 따라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친박계 의원들은 당내 지지계파가 없는 홍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권을 잡기 위해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서둘렀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자릿수였던 당 지지율을 20% 중반까지 끌어올리고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홍 후보도 당권도전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전날 선거결과 윤각이 나오자 홍 후보는 “선거결과에 수긍한다”면서도 “무너진 당을 재건한데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 아직 남은 세월이 창창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말해 정계복귀 의사를 표했다.
만약 홍 후보가 당권에 도전 할 경우 당내 남아있는 친이(친이명박)계를 필두로 비박 의원들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적극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친박계에서도 지난해 탄핵정국에서 원내사령탑을 맡아왔던 정 권한대행과 대선 경선 당시 홍 후보에 이어 다득표자였던 김진태 의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본격적인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가 본격화 될 경우 친박과 비박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격화될 것으로 정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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