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3개월...오너 부재 리스크 커지는 삼성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인사 최소화...오너 공백 '영향'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투자·채용에 부정적 영향 확대 조짐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인사 최소화...오너 공백 '영향'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투자·채용에 부정적 영향 확대 조짐
오는 17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3개월째를 맞으면서 삼성을 둘러싼 오너 부재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사라진 가운데 인사 규모도 대폭 축소되면서 이제 오너 부재 영향들이 하나씩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들이 호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4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단행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부재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정기인사가 반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이뤄진 이번 이틀간 인사에서 승진 인사 폭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로 시작된 삼성 인사, 오너 부재 영향 ‘체감’ 계기되나
11일 먼저 이뤄진 모바일(IM)과 가전(CE) 등 세트(완제품) 부문에서는 부사장 6명과 전무 11명, 상무 30명, 전문위원 5명, 마스터 선임 2명 등 총 54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규모는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 말 정기인사와 비교하면 절반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12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부문 인사에서는 오너 부재 영향이 더 컸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인사에서 부사장 5명, 전무 10명, 상무 22명, 마스터선임 5명 등 총 42명을 승진시켰지만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쳤다.
별도 소속으로 분류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번에 부사장 승진자 없이 총 11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는데 이는 지난 2015년 말 부사장 2명을 포함, 총 14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완제품 부문보다는 많았지만 사상 최대 호황이라는 최근 실적을 감안하면 성과주의를 반영한 인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DS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조8500억원으로 전체(29조24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1분기에도 7조5900억원으로 전체(9조9000억원)의 약 77% 가량을 달성했다.
특히 반도체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6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단일사업부가 모바일(2조700억원)과 가전(38000억원)부문을 합한 수치의 배가 넘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었다.
여기에 회사 내 경영지원부문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거의 없어 오너 부재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하지 못하면서 떨어진 조직의 활력을 제고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매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인사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오너 부재의 영향을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시작이다.
또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승진인사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여 오너 부재 영향은 삼성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라진 M&A·투자...향후 채용규모에도 영향 미칠 듯
이 부회장 구속 전후로 이미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는 사라진 상태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전명에 등장한 이 부회장은 그 해부터 지난 3년간 총 15개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섰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세계 최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카오디오 1위 전장업체 하만 등 업체들 면면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17일 구속된 이후 오너의 결단과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M&A 투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구속 이전부터 진행돼 온 하만 인수만 지난 3월 11일 완료 됐을뿐 추가적인 M&A나 투자 계획들을 발표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투자 분야인 인력 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6일 그룹 마지막 공채로 직무적성검사가 치러진 후 현재 각 계열사별로 올 상반기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인력 채용 규모가 예년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로 당장 올 하반기부터는 각 계열사별로 채용 시기, 방식과 절차를 결정, 진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미 채용인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부재가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상반기 공채에서 약 4000명, 하반기 공채에서 약 1만명 등 연간 초 1만4000명 정도를 채용해 왔지만 올해는 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오너 부재 상황이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판 진행 속도와 관련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구속기소(2월28일) 후 최대 6개월로 정해져 있는 피고인 구속 기소 기한을 다 채워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의 경우, 검찰이 아닌 특검이 기소해 특검법 적용을 받아 다른 두 재판과 상황이 다소 다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뇌물 혐의에 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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