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사설이 사라졌다
<칼럼>애정이 남아있어야 욕도 하고 충고도 하는 것
책임지는자 없고 서로 욕질만 이런 정당이 집권하다니
오늘 보수를 대표하는 한 언론의 논설위원을 만났다. 그는 만나자 마자 자유한국당에 대해 비판을 쏟아 냈다. 그러면서 다음의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요즘 우리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사설을 전혀 쓰질 않아요. 한국당이 정말 위기라는 증거죠. 애정이 남아있어야 충고도 하고 욕도 할 텐데, 그것마저 귀찮다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자유한국당은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하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대선을 기점으로 어떤 형태로든 흡수가 되었지만, 대선 후 내부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리더십-팔로십 부재, 책임회피, 분열주의, 이기주의, 막말 등 국민들에게 보여 지는 취약점은 열거하기도 벅차다. ‘이런 정당이 정말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집권당이었단 말인가’하는 당혹감과 ‘우리가 이런 수준의 정당을 지지했단 말인가’하는 자괴감을 털어버릴 수 없다.
‘국민통합’을 주장했던 대선후보가 투표용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당내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선대위를 책임졌던 당 지도부가 대선후보와 서로 삿대질 하며 책임을 떠넘긴다. 파산직전의 당을 놓고 볼썽사납게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지지자들은 대선패배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는데, 정작 책임있는 이들은 이전투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도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염치나 채면도 벗어 던지고 욕망만을 좆아 돌진하고 있다.
한때 동지였던 친박을 ‘바퀴벌레’에 빗대어 비판하는 분도 있고, 이에 맞서 ‘낮술 먹었느냐’며 반격하는 친박도 있다. 어떤 분은 그 와중에 “육모방망이로 뒤통수 뽀개야”한다며 섬득한 말을 서슴치 않고 토해낸다. 누구도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 않는다. ‘공범집단’에서 자기희생적 솔선수범이 없는 정죄는 저항을 맞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그렇게 싸워야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을 보인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이 관심조차 거두고 있다. 이런 공방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에 대한 논쟁과 솔선수범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어떤 비전과 가치도 보이지 않고 솔선수범은 더더욱 없다. 오로지 당권에 대한 집착과 규칙과 상식이 없는 투쟁이 있을 뿐이다. 향후 당권을,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누가 잡을지, 그 권한을 기반으로 다음 총선, 대선에서 누가 두각을 보일 수 있을지가 유일한 관심이다. 당의 모든 사람이 “‘정치도의’ 따위는 개한테나 줘라”고 외치는 듯 하다. (개도 화를 낼 지경이다)
어느 조직이나 책임을 지는 자가 주인이 된다. 마지막 책임을 지는 사람이 가장 큰 주인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에는 주인이 없다. 그리고 당 자체도 우리나라 정치의 주인이 되길 포기한 듯 하다. 앞으로 설욕을 해 여당을 할 희망도 비전도 없어 보인다. 오로지 그들만의 리그만 집중한다. 정치는 ‘책임지는 자’들이 하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은 그래서 ‘포괄적’이고 ‘결과적’인 책임이다.
흔히 야당을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한다. 여당은 권력을 잡았으니 휘두르기 바쁘지만, 야당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여당의 전횡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정권교체와 여당 전횡의 정당성만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그나마 이렇게 비판을 하고 욕을 할 때 기회가 있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애정을 거둘 것이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될 것이다. 오늘 만난 논설위원이 사설 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야당을 비판하지 않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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