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가계부채 이상 '과열'…상승랠리 저지할 부동산규제 '초읽기'
전국 집값 연일 상승, 가계부채 5월 들어 급증
정치적 불활실성 걷혀진데다 저금리 기조속 투자수요 몰려
오는 7월 유예 시한 LTV·DTI 규제 환원·DSR 조기시행 여부 관심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시장에 제동을 걸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 가계부채 증가율 등 각종 지표들이 '이상 열기'로 진단되면서 우선 8월 중 마련될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조이기가 강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전달 대비(4월 10일 대비 5월 15일 기준) 0.14%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올해 2월 0.01%, 3월 0.06%, 4월 0.1%, 5월 0.14% 등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의 경우 2월 0.05%, 3월 0.13%, 4월 0.23%, 5월 0.35% 등으로 상승폭이 더욱 커진 상태다.
민간업체인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상승폭은 더욱 무섭다. 6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45% 오르면서 올해 들어 주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24일(0.45%)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오름폭은 대선 직후(5월 9일)인 지난달 12일 전주 대비 0.15% 오른 데 이어 5월 19일 0.24%, 5월 26일 0.30% 등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부동산 경기 과열의 진앙지는 서울 강남권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주 자치구별 상승률 1~4위 가운데 서울 강동(1.39%), 강남(0.71%), 서초(0.66%), 송파(0.52%) 등 이른바 '강남 4구'가 휩쓸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호황이 새 정부 들어서도 별다른 규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연말 종료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앞두고 더욱 과열된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한 열기는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5월 마지막 주까지 매주 0.01~0.02%씩 오르는 '보합' 또는 '강보합' 수준이었지만, 지난주엔 단번에 0.09% 급등했다. 분당(0.24%), 평촌(0.08%), 판교(0.08%), 일산(0.07%) 등이 강세를 보였다. 경기·인천도 0.03% 소폭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새정부 들어서 집값이 꾸준히 뛰는 배경은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이외에도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가구수 분화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재건축·재개발시장 호황 등이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조짐으로 가계부채 규모 역시 확대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5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02조7911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조994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액인 1조461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는데다 가계부채 증가폭까지 다시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오는 7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를 둔 LTV·DTI 규제 완화가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LTV·DTI 규제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가계부채 경감에 집중해야 만큼 시장 분위기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LTV·DTI는 2014년 8월 최경환 전 부총리 취임 이후 각각 70%와 60%로 완화됐으며 1년 단위로 완화 조치가 두 차례 연장된바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현미 의원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푼 것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직적접으로 언급한 만큼 규제가 환원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LTV, DTI 완화 조치를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8월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 마련을 주문, 이르면 이번주부터 정부 관계부처 실무자 회의가 진행된다. 이에 다음달 말 종료를 앞둔 LTV·DTI 연장 또는 강화 여부는 이달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애초 2019년으로 예정됐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전면 도입도 예정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DSR은 올해 4분기 중 표준모형을 마련해 내년 이후에나 실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이달 금융위와 금융연구원이 공청회를 여는 등 연내에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모두 더한 금액이 소득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기존 DTI를 적용해 심사할 때보다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이를 통해 집단대출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지난 4월 부터 조기 도입하고 대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집권 초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등 일부 국지적인 열기와 달리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금융규제를 가할 경우 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 열기를 당장 식히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규제가 심해질수록 반사적으로 투자성향이 강한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어 오히려 시장 안정화에 실패할 수 있다"면서 "애꿎은 서민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택정책과 금융정책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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