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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1년, 그 이후가 더 궁금한 이유


입력 2017.06.10 06:47 수정 2017.06.10 13:17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중국 상하이 구단과 짧은 1년 계약

이후 행보에 따라 올림픽 메달에도 영향

김연경 ⓒ 게티이미지

김연경이 6시즌 활약했던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를 떠나 최근 중국 리그의 상하이 구오후아 라이프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연경이 밝힌 이적의 이유는 두 가지.

세미 프로 리그인 중국 리그가 터키 리그보다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고, 중국이 거리상으로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국가대표팀 합류에도 훨씬 편리한 점이 있다는 것. 김연경은 거취 결정으로 고민하던 과정에서도 국가대표 선수 활동도 팀 선택의 고려 요소로 삼겠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연봉 문제도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에서 120만 유로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상하이 구단에서도 그와 비슷한 연봉을 보장해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그 일정이 덜 빡빡해졌는데 연봉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김연경과 상하이 구단의 계약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 이 대목은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어 보인다.

최근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한 한국 출신의 감독들이 경질 또는 계약해지를 통해 팀과 결별하고, 선수들 역시 중국 리그 사정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이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진 최근의 상황이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연경이 일단 중국에서 ‘장기 쥐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연경은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1년을 뛰어 보고 유럽으로 다시 가든지 중국 리그에서 더 뛰든지 국내 리그 복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경의 1년 뒤 상황이 매우 유동적인 것 같지만 김연경이 중국 리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깊은 고민의 모습을 보면, 적어도 김연경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국내 리그 복귀도 결코 매끄러울 것 같지만은 않다.
김연경 ⓒ 연합뉴스

김연경이 국내 리그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일단 친정팀 흥국생명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터키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국제 이적 관련 소송을 통해 흥국생명 구단이나 국내 배구계와 갈등을 겪은 만큼, 김연경이 국내에 복귀할 때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고 하더라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자 프로배구 신생팀이라도 창단하게 된다면 김연경이 국내 리그 복귀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신생팀 입장에서는 김연경 정도의 스타를 창단 시점에 영입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하려 할 것이고 배구붐 조성을 명분으로 배구계에 김연경에 대한 우선권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연경 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김연경은 유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면 국내 리그에 복귀하기 보다는 운신과 선택의 폭이 넓으면서 한국과 거리상으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직 상하이 구단에는 합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연경의 거취를 미리 이야기 하는 것은 분명 성급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김연경의 1년 뒤 거취를 미리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연경의 거취에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한국 여자배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연경 스스로도 밝혔듯 김연경의 머릿속 상당 부분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만29세. 직업 배구선수로서 김연경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이룰 것은 모두 이뤘다. 세계 최고 리그 가운데 하나인 터키 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도 여러 차례 들어 올렸고, 팀을 유럽 챔피언에도 등극시켰다. 그 덕에 김연경 개인적으로는 터키 리그와 유럽에서 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았고, ‘세계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로 알려지기까지 했다.

직업 배구선수로는 이렇게 모든 것을 이뤘지만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로서는 아직 허기진 상태다.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어야 그 허기가 어느 정도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김연경이 자신이 구상하는 대로 국가대표팀에서 활약을 펼치고 2020 도쿄올림픽에 나가서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속팀 문제를 포함한 개인적 거취 문제가 매끄럽게 풀려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유럽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흥국생명과 국내 배구계의 비협조 내지 무지로 선수인 자신이 코트가 아닌 국회와 법원을 쫓아다니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쓰라린 경험을 다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지금 선택한 중국에서의 1년보다 그 이후의 선택이 김연경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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