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전통시장·청년과 함께"…이마트 구미 상생스토어를 가다
노브랜드 매장 가려면 '청년몰' 거쳐가야…매장 월세는 '0원'
전통시장 주력제품인 '신선식품' 팔지 않아…상인들 반응은 "기대"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 사업은 15억원의 국고지원 사업이지만 활성화가 안되고 있었다.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어서였다. 이에 어린이 쉼터 등 복합 시설을 갖춘 '상생스토어'를 만들게 됐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사업을 총괄한 김상민 이마트 CSR 팀장은 27일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에서 상생스토어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4년간 버려졌던 전통시장 상가 2층 공간이 한 청년상인의 제안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상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 팀장은 "사회적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대립적 관계가 되고 있는데 이를 상생협력 관계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시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선산봉황시장에서 생활용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연(39)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 씨는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선산시장 내 1650㎡(약500평) 규모의 상가 A동 2층에 상생스토어를 유치하자고 상인회에 제안했다. 이후 상인회는 구성원의 100% 동의를 얻어 이마트가 앞서 충남 당진전통시장에서 선보인 상생스토어를 벤치마킹하게 됐다.
정효경 청년몰 사업단장은 "지역 특성 때문에 청년 창업자들이 들어오기 힘든 곳인데 입점이 빠르게 유치됐다"면서 "젊은 고객의 왕래가 원래 없었던 곳이기 때문에 상생스토어를 통해 앞으로 기대 이상의 매출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층 공간 중 420㎡(약125평)를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제품 판매 공간으로 꾸미고, 나머지 공간(약250평)에는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들어서도록 했다. 청년몰을 거쳐야만 노브랜드 매장으로 갈 수 있는 구조다.
정 단장은 "원래 22개 청년몰이 들어올 예정인데 현재 17개 브랜드가 입점된 상태"라며 "먹거리를 판매하는 청년몰이 3개정도 있고 의류, 카페 이런 매장들로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월세는 무상에 가깝다. 김원기 이마트 CSR 과장은 "청년몰 매장의 월세는 없고 관리비 명목으로만 매장 규모에 따라 2만5000원에서 4만5000원을 받는다"면서 "인테리어까지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스토어와 청년몰 외에 나머지 공간은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 등으로 채워졌다. 이창열 이마트 CSR 부장은 상생스토어내 카페를 소개하며 "오로지 고객을 위해 꾸며진 이 카페에서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쉴 수도 있고, 동네 주민과 대화하며 커뮤니티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상생스토어의 특징은 신선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의 영업활성화를 위해서다. 다만 시장에 수산물 판매점이 없기 때문에 일부 수산물은 판매키로 했다. 축산이나 과일, 채소 등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은 판매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노병간 이마트 식품개발팀장은 "신선식품은 많지 않고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만 구비했다"면서 "기타 신선식품은 선산시장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상인들 반응은 '기대 속에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상생스토어 인근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 A씨는 "사람들이 이마트 제품 가격이 싸다고 하던데 꾸준히 유지될 지가 문제"라면서 "처음부터 손님을 많이 끌었으면 한다. 그래야 꾸준히 손님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스토어 앞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 B씨는 "아무래도 마트가 들어옴으로 인해 손님이 많아질 수 있으니 우리는 좋다. 물건도 많이 팔 수 있고 이득이 될 거 같다"면서도 "마트에 고기나 채소는 들이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약속을 계속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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