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골든타임' 놓쳤다…'헤쳐모여' 불가피?
"이유미 단독범행…안철수 관련 증거 발견 못해"
안철수 세력 약화…호남계 장악시 민주당 쪽으로
국민의당을 향한 여론의 논총이 따가운 가운데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결과가 나왔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은 3일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당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에 관한 종합 결론은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여, 인지했거나 조작된 사실을 보여줄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진상조사 최종 발표 "이유미의 단독범행…안철수 전 대표 관련 증거 발견 못해"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까지 총 13명의 관련자에 대해 대면 및 전화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이같은 내용의 당 진상조사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안철수 전 대표가 관련이 없다는 잠정결론까지 포함한 것인데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의 연루의혹을 차단하는 근거로 쓰일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당 자체 진상조사 방식이 대면 또는 전화통화를 통한 조사에 그쳤다는 점에서 명확한 사태파악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 진상조사단 역시 결과는 발표했지만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조사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은 조사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는 이유미 씨 검찰 출석 전 문자를 바탕으로 평당원 한 명이 꾸밀 수 없는 일 아니냐, 국민의당 진상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며 세간의 반응을 고스란히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 전 대표에게 쏠리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에서 여전히 선긋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이날 당 진상조사단의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전날 서울 모처에서 안 전 대표를 대면조사했던 내용을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안 전 대표가 이번 사건과 관련,“대단히 엄중히 생각하며,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 전 대표는 "검찰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당의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사건 공개 후 8일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력 대선후보이자 선거 결과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 취업특혜문제에 대해 선거 막판까지 집요하게 공략했던 주제가 '조작'였다는 점은 내용 자체만으로도 충격이다. 그런데도 사태 수습에 관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것은 지적받을 만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국민의당이 제때 수습했어야 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물론 진실에도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이른바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지은 것에 대해 "이런 당 자체 조사를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세력 약화 불가피…호남계 장악시 민주당과의 합당 또는 탈당 등 '헤쳐모여' 예측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대해 '실기'한 입장을 전했는데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의원은 검찰 수사결과로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민주당은 연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이같이 말한 뒤 "결국 문제 해결은 검찰의 신속한 수사이고, 국민의당은 적극 협조하는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박광온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검찰을 향한 희망 섞인 수사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결과에 대해 당장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당 조사결과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당으로서는 그 상처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미 당의 존립기반도 흔들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요인들이 발생했다.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 탈당한 지방의원이 나왔고 일부 지자체장은 거취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국민의당은 원내 4당 가운데 지지율도 최저를 기록하는 등 위기감도 상당하다.
당의 양축 가운데 하나이던 안철수 지지세력은 약화되고 다음 달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중심축이 완전히 호남계로 넘어갈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남계로 당권이 넘어갈 경우에는 자연스레 다음 수순으로 민주당과의 합당 또는 탈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 속에 이른바 '헤쳐모여'가 본격적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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