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평창 올림픽을 '정치무대'에 올리려나
문 대통령 "국정농단이 평창 준비과정 오염시켰다" 정치적 발언
지방선거 때 올림픽 성적을 정권 성과로 홍보할 가능성
2008년 8월 1일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의 정치화는 올림픽의 정신과 전 인민의 기대에도 모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잡은 올림픽을 순수한 스포츠 경쟁 무대가 아닌 정치 사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 오염시켰다"…발언에 '정치화' 우려
하지만 올림픽 무대는 시간이 갈수록 개최국의 국지적 정치 현안 또는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모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이러한 정치화 우려를 쉽게 털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유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국정농단'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G-200'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저는 '치유올림픽'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연관성 등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반응이다.
계속해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농단을 비롯한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국민들이 오랫동안 힘들었다"면서 "국정농단 사건이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을 오염시켜서 걱정도 많이 하시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받으셨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사건이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을 오염시켰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평창 올림픽에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에 관여해 삼성 계열사로부터 수억 원의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최 씨가 직접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사 이권에 개입하려 했는가 하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참모진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바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해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 돼야 할 올림픽이 훼손됐다고 판단한 문 대통령이 '올림픽 준비과정을 오염시켰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로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퍼지는 메시지인 만큼 자국 정치상황에 대한 언급을 표현하는 게 옳았느냐 하는 데 대한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북측, '단일팀' 구성 제안에 부정적 반응…지방선거 때 '성과물' 활용방안도 지양해야
여기에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유도를 위해 '단일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현재의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마냥 손만 내밀 수만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북한 측에서는 '단일팀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상황이기도 하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제안에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까지 응답했다.
북측이 보인 행태는 외교상으로도 결례 수준인 데다 국제정세와 남북관계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측이 무조건적인 대화 방식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경우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문재인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화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평창 올림픽은 전세계인의 평화 축제이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치러낼 동계올림픽이라는 점만으로도 상징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현실도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는 올림픽 직후에 치러질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측이 '올림픽'을 정부 및 여당의 성과로 내세울 경우 스포츠의 '순수성'이 퇴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정권들이 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호성적(好成績)을 낼 경우 '정부 성과'로 포장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전망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