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제친 김재환, 몰려오는 MVP 걱정 ‘왜?’
후반기 연일 맹타, 4할 타율로 두산 상승세 이끌어
이대로라면 MVP 수상, 유력 KBO 자가당착 빠지나
후반기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는 역시나 두산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1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과의 원정경기서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김재환의 활약 속에 일찌감치 점수를 쉽게 뽑은 두산은 12-5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함께 승리를 거둔 LG와의 격차를 2경기 차로 유지하며 리그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반기 KIA 최형우와 SK 최정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다면 후반기 들어서는 김재환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인다.
일단 후반기 타율만 0.457(46타수 21안타)에 달하며 5홈런 14타점으로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타율은 LG 박용택(0.500)에 이은 2위이며 홈런 역시 최정, 스크럭스, 이범호와 함께 후반기 가장 많은 개수를 적립 중이다. 특히 8할 후반(0.870)에 달하는 장타율은 김재환이 얼마나 무서운 타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WAR) 부문에서 가장 높은 타자가 바로 김재환이다. 후반기로 접어들며 압도적 행보를 걷던 KIA 최형우를 제치며 이룬 성과다.
만약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가장 가치 있는 타자를 논할 때 김재환의 이름이 가장 앞에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김재환이 적어도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김재환은 시즌 후 MVP 투표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타율 0.363 26홈런 77타점이라는 성적표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극단적 투수 친화적인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김재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과거에 벌어졌던 금지약물 복용 적발이다.
김재환은 2011시즌이 끝난 뒤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했는데 대회 폐막 후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김재환은 금지약물에 적발된 거의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몰랐다’는 이유를 댔다.
이때까지만 해도 2군 무명 선수의 적발이라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김재환은 리그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타자로 변모했다. 그를 주목하는 눈이 당연히 많아졌고, 자연스레 금지약물 복용 전과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부분만으로도 논란이 되기 충분했지만 김재환은 “봉인 해제”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야구팬들의 십자포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리그 최상급의 기량이 계속되는 현재 김재환을 향한 비난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KBO는 지난해 김재환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로 선정했고, 투표 인단은 2위에 해당하는 200표를 몰아줬다. 금지약물 복용 적발은 한참 전 일이며, 이미 징계를 받은 사안이기에 후보 선정부터 투표까지 전혀 무리 없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올 시즌은 골든글러브보다 비중이 훨씬 높은 시즌 MVP로 거론되는 김재환이다. 이대로라면 후보 선정은 당연하고 투표에서도 수상 또는 제법 많은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금지약물 복용이 모든 선수들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복용 후 수년이 지나도록 효과가 지속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결코 씻을 수 없는 ‘반칙’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과거 징계까지 받았던 일에 대해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약물’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 이유다.
만약 김재환이 MVP 후보에 올라 수상 또는 표까지 얻게 된다면 상당한 가르침을 남길 전망이다. 바로 ‘징계는 한 순간이며 기록은 영원하다’다. 적발 당시 고작 10경기 처벌을 받았던 김재환은 ‘봉인해제’ 후 2억 원의 연봉을 받는 특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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