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명뿐인 외국인 투수 교체, 속내는?
외국인 투수 교체, 각 팀들 소극적으로 나서
검증된 투수 및 폭등한 선수 몸값이 주된 이유
프로야구의 한 시즌은 길다. 마라톤에 비유되는 긴 시즌 각 팀들은 ‘반전 카드’를 만지작할 때가 있다. 반등을 위해 혹은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볼 때 카드를 꺼내든다.
가장 흔한 ‘반전 카드’는 외국인 선수 교체다. 각 팀들이 예외 없이 보유한 2명의 외국인 투수를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것은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시즌 도중 불의의 부상을 입고 한국 무대를 떠나는 외국인 선수도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6개팀이 외국인 투수를 시즌 도중에 교체했다. 넥센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는 2명의 외국인 투수 모두를 시즌 도중에 바꿨다. 넥센은 피어밴드와 코엘로를 밴헤켄과 맥그레거, 한화는 마에스트리와 로저스를 카스티요와 서캠프, 삼성은 웹스터와 벨레스터를 레온과 플란데로 교체했다.
kt 위즈는 지난해까지 유지된 신생팀 특별 규정으로 보유한 3명의 외국인 투수 중 2명을 교체했다. 마리몬과 피노를 로위와 피어밴드로 바꿨다.
한 명의 외국인 투수를 교체한 팀은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다. LG는 코프랜드를 허프, SK는 세든을 라라로 바꿨다. 로저스, 웹스터, 마리몬 등 부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교체된 경우도 있지만 코엘로, 마에스트리, 코프랜드와 같이 부진으로 인해 퇴출된 투수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2017시즌에는 단 2명의 외국인 투수만이 시즌 도중에 교체됐다. 넥센이 오설리반을 브리검, 롯데 자이언츠가 애디튼을 린드블림으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린드블럼은 이미 검증된 카드다. 나머지 8개 구단은 외국인 투수 교체에 나서지 않았다.
KBO리그의 규정에 의하면 한 시즌 팀 당 외국인 선수 교체는 2명만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무제한 교체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올해는 유달리 외국인 투수 교체가 드물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4개 팀이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처럼 외국인 투수 교체가 매우 드물었던 것은 그들이 대부분 제몫을 해냈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각 팀들은 나름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첫째, 이미 검증된 투수라 부상을 당해도 교체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보우덴(두산)과 허프(LG)는 각각 어깨와 무릎 부상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두산과 LG는 이들의 재활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된 이들을 교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둘째, 비용 때문에 교체할 수 없는 경우다. 이미 거액을 투입해 영입한 만큼 교체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오간도에 180만 달러, 비야누에바에 150만 달러를 들여 영입했다. 하지만 총액 330만 달러의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과 잦은 부상으로 한화는 골머리를 앓았다. 그럼에도 이미 투입된 비용이 너무도 거액이라 선뜻 교체를 단행할 수 없었다. 이들을 내보내도 이름값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를 데려올 수도 없었다.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지 않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삼성의 경우 가래톳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레나도가 5월 하순 합류한 뒤에도 부진한 투구를 이어갔지만 마냥 기다렸다.
하지만 레나도는 7월 27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타구를 오른손에 시즌 아웃됐다.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경우지만 그에 앞서 6월 말까지 부진이 반복될 때 과감히 교체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KBO리그는 과거에 수준이 향상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몇 년 간 지속되어 어지간한 외국인 투수로는 국내 타자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00만 달러의 연봉에도 리그 안착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각 구단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투수를 함부로 교체하지 않는 풍조가 번졌다. 외국인 투수 교체에 보수적인 올해의 흐름이 향후에도 지속될지 주목된다.
글: 이용선, 김정학/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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