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승자는 '택시운전사'·'청년경찰'
천만 영화·풋풋한 청춘물로 인기
'군함도' 부진 최대 이변으로 꼽혀
천만 영화·풋풋한 청춘물로 인기
'군함도' 부진 초대 이변으로 꼽혀
'택시운전사'는 날아올랐고, '군함도'는 예상 밖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이 끝났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또 한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한 게 눈에 띄는 성과다.
국내 투자배급사 '빅4'가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작품 중 최종 승자는 '택시운전사'(쇼박스)다. 지난달 20일 개봉 19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 올해 첫 천만 고지를 선점했다. 영화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 장기 흥행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이 영화는 제3자의 시선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풀어내 공감대를 넓혔다. '화려한 휴가'(2007) 등 앞서 광주의 아픔을 피해자의 시선으로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을 내세운 게 미덕이다.
울림을 주는 배우 송강호의 힘도 컸다. 송강호는 '변호인'(2013년·1137만4871명), '괴물'(2006년·1091만7221명)에 이어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를 남남겼다. 주연작만으로 '트리플 천만' 기록을 세운 것은 송강호가 처음이다.
개봉 시기도 주효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군함도'가 2000여개의 스크린을 가져가면서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반면, '택시운전사'는 1400여개로 시작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피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사실도 화제가 되면서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됐다.
반면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군함도'(CJ엔터테인먼트)는 극장 매출만으로 손익분기점(700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택시운전사'보다 일주일 먼저 극장에 걸린 '군함도'는 여름 시장뿐만 아니라 올 한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류승완 감독과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가 된 송중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고, 스케일도 컸다. 제작비는 무려 220억원.
소재 역시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고 불림)에 강제 징용돼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 400여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큰 기대를 안고 출발한 '군함도'는 개봉 첫날 97만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역사 왜곡 논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초반 흥행세는 일주일 천하에 그쳤다. 개봉도 하기 전에 '별점 테러'에 휩싸인 것도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온갖 논란을 뒤로하고 영화는 관객들을 확 끌어당길 만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큰 울림과 여운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경미 영화 평론가는 "'택시운전사'와 '군함도'의 흥행은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줬느냐에 따라 갈렸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깜짝 흥행작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청년경찰'이다. 신인 김주환 감독이 연출한 '청년경찰'은 두 경찰대생의 풋풋한 활약을 그렸다. 총제작비 70억원을 들인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5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대작 '택시운전사'와 '군함도'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았으나 언론시사회 공개 직후 "재밌다", "시원한 오락영화"라는 호평을 얻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박서준과 강하늘의 찰떡 호흡이 빛나는 작품으로, 시종일관 깨알 유머를 선사하며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게 영화의 미덕이다.
특히 박서준은 송강호를 꺾고 8월 영화배우 브랜드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선정돼 스크린과 안방(KBS2 '쌈 마이웨이')에서 쌍끌이 흥행을 이뤄냈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작품과 공포영화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3'는 300만명을 돌파, 역대 일루미네이션 국내 최고 스코어를 나타냈다.
공포영화 '애나벨:인형의 주인'은 190만명을 동원했고, 뉴(NEW)가 배급한 올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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