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역설…삼성, '영업익 40조' 잔칫날 앞두고 노사 갈등 격화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3.31 11:37  수정 2026.03.31 11:37

다음 주 잠정 실적 발표…1분기 영업익 40조 안팎 전망

HBM 호황에 실적 급등에도 OPI 상한·재원 놓고 노사 충돌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 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 속에서도 노사 갈등이라는 복병을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전례 없는 성적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가는 40조원 안팎 수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수치다. 불과 두 달 전(30조원 초반) 대비 10조원 이상 높아진 수치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실적 상승의 배경은 명확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은 제한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차세대 HBM4 양산 출하에 나서며 AI 메모리 주도권 회복에 사실상 성공했다.


그러나 대외적인 분위기와 달리, 내부의 온도는 정반대다. 임금 및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차가 지속되면서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4월 23일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이어 5월 총파업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에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이를 두고 "실적이 좋을 때는 보상이 제한되고, 나쁠 때는 0% 지급으로 직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현행 체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사측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재원(영업이익의 10%)을 웃도는, 영업이익의 약 13% 수준 보상안을 제시했다. 이는 양사 이익 규모와 삼성전자의 인력 구조를 반영해 산출한 것으로, 기존 OPI 상한선(연봉의 50%)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울러 상한을 초과해 보상할 수 있는 '특별 포상' 카드도 내놓으며 유연한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사측으로서는 '경쟁사 수준 보상'과 '상한 초과'라는 노조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경영진 재량에 의존한 일회성 조치"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제도화되지 않은 보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양측 모두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보상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기업 내부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고객사 대응과 공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대만 매체에서는 삼성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바라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각해 볼 문제는 이런 양측의 첨예한 논의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이 할 것인지 여부"라면서 "노사가 성과는 누구의 것이고, 기준에 어디에 둬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성과와 분배 기준이 충돌하는 현 상황에서 또다른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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