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와 희석해 마시는 문화 확산되며 증류식 소주 인기 높아져
법 개정으로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전통주 새로운 판로 개척 기회로
전통주 시장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때 붐이 일었던 막걸리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반면 증류식 소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차근차근 시장을 넓혀가는 추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697억원으로 5년 전인 2011년 1277억원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주류소비량이 줄면서 전체 주류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도수를 낮춘 소주와 수입맥주로 시장이 양분되면서 막걸리의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반면 고급 한정식 식당이나 일식당 위주로 판매되던 증류식 소주는 최근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시장은 연 100억원 규모로 막걸리 시장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성장세는 어떤 주류 보다 가파르다.
증류식 소주 시장 1위 업체인 광주요그룹 화요는 최근 3년 간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2014년 38억4000만원, 2015년 58억1000만원, 2016년 61억원으로 매년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25% 이상 증가한 약 77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소주(375㎖ 기준)는 2013년 9만2000병에서 2014년 25병, 2015년 44만병, 2016년 70만병으로 매년 5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홍대나 강남 등지에서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빠르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이트진로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탄산수나 라임주스, 물 등을 섞어 좀 더 부드러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음주 방식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걸리 판매 비중이 높은 국순당도 최근 증류식 소주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려’로 증류식 소주 시장에 진출한 국순당은 혼술족을 겨냥해 소주 2잔 정도 용량의 75ml 1인용 제품과 고도주인 ‘증류소주 려 40도’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달부터는 ‘려’를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국순당 여주명주’의 홈페이지와 G마켓, 11번가를 비롯한 주요 쇼핑사이트,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박민서 국순당 브랜드매니저는 “온라인 판매채널 확보를 통해 소비자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고구마 증류소주를 기반으로 혼술용 소용량 제품부터 고도주 제품까지 용량과 맛을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증류식 소주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 것은 법 개정 덕분이다. 그동안 전통주는 우체국 등 제한된 곳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국세청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개정안 시행으로 전통주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는 증류주 등 전통주 판매 대행에 나섰다.
지난 7월 전통주 제조업체 오미나라와 손잡고 사과 증류주와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판매를 시작한 골든블루는 판매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홍보 활동, 정보·인적 교류 등을 통해 전통주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급 증류주를 식사와 함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새로운 음주문화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해 전통주를 비롯한 증류주의 판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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