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헹가래 그립다? 시간이 필요해
우즈벡전 직후 헹가래, 실망한 축구팬들 자극
히딩크, 감독직 희망 보도 맞물려 거친 성토
신태용 감독과 축구대표팀의 헹가래 세리머니가 뜻하지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한국시각) 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치고도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이란이 시리아의 추격을 뿌리치고 2-2 무승부를 거둔 덕에 조 2위를 지키고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력은 아니었다. 축구팬들 시각에서는 헹가래 세리머니까지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란 보다 한결 수월한 상대인 우즈벡을 상대로 화끈한 승리를 거두고 자력으로 진출하길 바랐던 축구팬들은 다시 한 번 크게 실망했다. 아시아 맹주로 불리던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란이 시리아를 막지 못했다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직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결과에도 경기력에 다시 한 번 실망한 축구 팬들은 “강제 진출이다” “이란 덕에 나가게 됐다” “시리아가 더 잘했다”며 성토했다.
심지어 경기 후에는 헹가래와 방송사 인터뷰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시리아-이란전 결과에 따라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 중인데 헹가래와 인터뷰를 했다는 점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이란-시리아전 결과)확인 후 헹가래를 했다. 왜 그런 보도가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시점을 차치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헹가래를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감동적인 순간이 되어야 할 헹가래 세리머니가 오히려 화를 불러온 셈이다. 이번 축구대표팀이 팬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와중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견인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보도 직후인 6일 대한축구협회는 “전혀 모른다.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을 존중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히딩크 감독을 향한 축구팬들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6월 EPL 첼시의 임시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직뿐만 아니라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중국 구단 감독직 제안도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축구계에서 떠도는 루머가 아니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고액 연봉’조차도 선택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보다 낮은 수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한국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신태용호에 실망한 탓인지 강도는 더 셌다. 그러면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패한 뒤에도 헹가래 받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패했지만 이미 4강 신화를 이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히딩크가 4강 독일전에 이어 터키전에서 졌다고 해서 비난할 팬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신태용호의 우즈벡전 후 헹가래는 실망한 축구팬들을 분명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히딩크 헹가래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2연전을 모두 0-0으로 마쳤다. 제대로 된 공격을 못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월드컵 티켓은 일단 손에 쥐었다.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맞이한 최종예선 2경기만 놓고 히딩크 바람을 타고 비난을 퍼붓는 것은 가혹하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용단을 내린 신태용 감독에게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축구팬들이 신태용 감독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헤아릴 필요는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의 진짜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약속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만 갑자기 터져 나온 히딩크 감독 보도에 신태용 감독의 헌신과 구상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무시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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