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가운데 200가구 미만인 소규 단지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선호현상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지는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클린업시스템
‘부자동네’로 통하는 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가운데 200가구 미만인 소규 단지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일대 소규모 재건축들이 유명 주택 브랜드를 갖춘 대형 건설사와 시공 계약을 맺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재건축 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곳이 많아 중견건설사들의 수주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시공사 선정 열기가 지속되면서 소규모 재건축 단지들도 대형사와 계약을 맺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서초구 일대 소규모 재건축 조합들은 최근 시공사 입찰에서 입찰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중견건설사의 입찰을 제한하고 있다. 현장설명회 때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요구하는가하면,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게다가 충분한 시공능력을 갖춘 중견사들은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브랜드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시공사 선정 총회 전인 조합 대의원회의나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입찰을 마감한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경쟁입찰 3회 유찰 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 당초 현장설명회에는 5개 건설사가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현설 참여사는 SK건설, 한양, 동부건설, 태영건설, 금호산업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입찰 조건에 시공사들이 입찰참여를 꺼렸다. 조합은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1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나머지 20억원 역시 제안서 제출 마감 전까지 요구했다. 총 사업비가 26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조건이었던 셈이다.
결국 입찰에는 중견사 1곳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해당 조합 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건설사의 입찰을 무효처리하고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다른 시공사를 찾기로 결정했다”며 “단독 입찰한 건설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이유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30-15 일대에 아파트 108가구를 신축하는 것이다. 아파트는 지상 최고 20층 2개동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신반포22차 역시 입찰자격 조건의 문턱을 높였다. 조합은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5억원을 현장설명회 전에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해 현금 보유가 넉넉한 대형 건설사 입찰 유도 하기도 했다.
이곳은 공동사업시행방식을 적용한 사업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매번 참여사가 부족해 자동유찰을 겪은 단지다.
이후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찾아나섰고, 3개 건설사가 사업참여의향서를 보내 경쟁구도를 갖췄다.
하지만 결국 사업참여제안서를 보내온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했다. 조합은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시공사 선정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권을 확보하면 이 단지는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사업지 특수성과 높은 일반 분양가를 예상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 적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조합과 시공사는 힐스테이트로 가닥을 잡았다.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지하 2층∼지상 33층, 162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된다. 총 공사금액은 511억9300만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소규모 재건축의 브랜드 선호 현상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 능력은 대형사 못지 않은 중견사들도 브랜드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 입성이 더욱 힘들어진 상태”라며 “서울 강북권 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도 이와 같은 조짐이 보여 정비사업 수주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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