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국 세탁기 수출 타격받나...세이프가드 발동 주목
미 ITC "삼성·LG 세탁기로 자국 산업 심각한 피해"
세이프가드 여부에 따라 세탁기 수출 타격 가능성
미 ITC "삼성·LG 세탁기로 자국 산업 심각한 피해"
세이프가드 여부에 따라 세탁기 수출 타격 가능성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향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ITC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과 LG전자 세탁기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태양광 이어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세이프가드 수위 한층 높아져
이에 앞서 월풀은 지난 5월 양사가 반덤핑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의 생산 공장을 중국 등으로 이전했다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은 삼성과 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이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등의 순이다.
삼성과 LG는 한국·중국·태국·베트남·멕시코 등지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양사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이다.
이번 ITC의 판정은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이다. ITC는 지난 5월 미국 태양광 패널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이 청원한 것과 관련, 지난달 22일 한국·중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세이프가드는 국가나 기업이 아닌 품목에 적용되지만 미국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두 기업을 위한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ITC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시 배제하도록 했다.
한미 양국이 체결한 FTA(10조5항)는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용 세탁기의 경우, 일부 국내 생산물량이 있기는 하지만 삼성 ·LG 모두 대부분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제조 및 수출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는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 세이프가드 발동하나
이 때문에 향후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가 삼성과 LG의 대미 수출 타격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ITC의 이번 판단이 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향후 의회 청문회 등을 거쳐 미 행정부가 최종 결정하게 된다.
ITC는 이날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포함된다.
ITC는 이어 오는 12월경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ITC 판정이 미국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과 다름이 없다.
세탁기에 앞서 산업피해 판정을 받은 태양광 패널의 경우, 미 연방 상하원 의원 69명이 지난달 8일 ITC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내년에 태양광 일자리 8만8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게 되면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내 업계는 지난 5월 월풀의 청원 이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 발동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ITC의 피해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당사자인 삼성과 LG도 대미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도 않았고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과 LG가 각각 가전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의 미국 정치인들은 삼성과 LG의 현지 투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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