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주춤한 아웃도어·남성복…'캐주얼라이징'으로 활로
올해 FW 시즌 '시티 아웃도어룩' 각광…활용도 높은 디자인 강조
남성복 브랜드도 캐주얼라이징 나서…시장침체 복안으로 떠올라
아웃도어와 남성복 브랜드들이 캐주얼 상품에 주력하며 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패션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능성 등산복과 수트 등 전통적인 상품군보다 소비층이 넓은 캐주얼 제품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밀레는 10일 항공 점퍼 스타일의 '아레스 다운 점퍼'를 내놨다. 차이나 덕다운을 충전해 겨울 아웃도어 제품에 필수적인 보온성은 높이고, 허릿단까지 내려오는 짧은 기장을 적용해 전통적인 등산용 의류에 비해 경쾌한 분위기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정재화 밀레 브랜드사업본부 전무는 "아레스 다운은 항공점퍼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데님, 슬랙스 등 어떤 하의류와도 매치하기 쉽다"며 "아웃도어 특유의 기술적인 면모도 갖춰 다양한 고객층에게 폭넓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네파는 최근 올해 FW(가을·겨울) 시즌 테마를 '스타일리시 아웃도어'로 정하고 배우 전지현의 시티 아웃도어룩 화보를 공개했다. 네파 관계자는 "이번 시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제품들로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캐주얼라이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시장 규모가 7조원을 웃돈 2014년 이후 성장세가 주춤해진 탓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경량 다운재킷과 이너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워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정통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코오롱스포츠도 올해 FW 테마를 '코오롱스포츠, 새로운 일상을 찾아서'로 정하고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시티 아웃도어룩을 제안했다.
박준성 코오롱스포츠 총괄 본부장은 "올해 FW 시즌에는 코오롱스포츠가 44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탐험 정신, 기술을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풀었다"면서 "이번 시티 아웃도어룩을 통해 고객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웃도어뿐 아니라 남성복 브랜드들도 캐주얼라이징에 가세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남성복 시장은 지난해 소폭 반등하면서 역신장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4%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연구소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3040 세대의 마켓 영향력이 확대됐고, 세련된 스타일링을 기반으로 캐주얼 의류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은 이에 따라 올해 FW 시즌에 수트 중심에서 캐주얼이 강한 브랜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갤럭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화를 유지하면서 재킷과 팬츠를 다양화해 캐주얼 분위기를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FW 시즌 갤럭시의 수트 비중은 30%로 지난해 대비 10% 줄었지만, 캐주얼 상품 비중은 10% 증가한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FnC는 최근 남성복 브랜드들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남성 소비자들의 착장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해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렌우드'는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클래식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비즈니스 라이프웨어를 선보인다.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 정장 대신 언제든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지오투'는 앞서 출시된 수트 라인을 과감히 없애고 어반 캐주얼 브랜드로 정착할 방침이다. 캐주얼 라인에 집중해 자연스러운 무드를 원하는 고객에게 취향 맞춤 스타일링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캐주얼 정장 브랜드 '스파소'는 온라인 전문 브랜드로 변신해 의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남성 고객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오롱FnC가 이처럼 리뉴얼을 단행한 브랜드들은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매장 재배치에 나서며, 내년 SS(봄·여름) 시즌부터 리뉴얼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상태 코오롱FnC 전무는 "남성 고객들의 눈이 높아져 가성비라는 단어를 앞세워 스타일과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사라진 비즈니스 맨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거듭나려 한다"며 "브랜드별 중복되는 유통과 스타일을 정리해 확실한 브랜드 DNA를 심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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