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에픽하이 "에픽하이인 게 가장 잘한 일"
3년 만에 새 앨범…음원 차트 석권
"예상 밖 성적 감사이자 큰 축복"
3년 만에 새 앨범…음원 차트 석권
"예상 밖 성적 감사이자 큰 축복"
"14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요? 에픽하이를 한 거죠."
데뷔 14년을 맞은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미쓰라·투컷)는 14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들은 데뷔일인 10월 23일 정규 9집을 발표했다.
9집은 2014년 10월 정규 8집 '신발장'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보다. 제목은 '위브 돈 섬싱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로 세상을 살고 사랑하며, 삶과 사랑에서 실패를 겪었다고 해도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엔 더블 타이틀곡 '빈차', '연애소설' 외에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 '히어 컴 더 리그렛츠(HERE COME THE REGRETS)', '상실의 순기능', '블리드(BLEED)', 'TAPE 2002年 7月 28日', '어른 즈음에', '개화(開花)', '문배동 단골집' 등 총 11개의 곡이 수록됐다.
에픽하이는 2003년 1집 '맵 오브 더 휴먼 솔'(Map of the Human Soul)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이후 '평화의 날', '플라이'(Fly),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등 히트곡을 남겼다.
오랜만에 컴백한 에픽하이를 24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에픽하이 멤버들은 어느덧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타블로는 "14주년을 맞이한 아재 유부남 힙합 그룹"이라고 웃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연애소설'과 '빈차'는 23일 오후 발표 직후 멜론, 네이버, 지니, 벅스, 소리바다, 올레, 엠넷 등 7개 차트 1, 2위를 차지했다.
또 지니, 벅스, 올레 등에서는 줄 세우기를 기록하고 있다. 멤버들은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라고 얼떨떨했다.
"기대를 전혀 안 해서 차트 성적을 신경 쓰지 말자고 했고, 앨범이 나오면 전화기를 꺼놓자고 얘기했는데 예상 밖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큰 축복입니다. 특히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는 방송에도 안 나와서 인기를 얻을지 전혀 몰랐습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자는 생각뿐이었죠. 다만, 음악만은 높게 평가받길 원했어요."(타블로)
그러자 투컷은 "난 기대를 많이 했다"고 웃은 뒤 "기대한 것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에픽하이의 강점을 이번 앨범을 통해 극대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컴백이 길어진 이유를 묻자 타블로는 "3년 동안 일을 했는데 주목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나이도 있고,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 아니라서 관심을 못 받은 듯하다.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했고, 해외 투어도 했는데 티가 나지 않았다. 앨범 작업도 오랫동안 했는데 예전만큼 개인적인 시간을 쓸 수가 없다. 나와 투컷은 아이가 있고, 미쓰라도 신혼이라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고 설명했다.
앨범 제목도 인상적이다. 에픽하이와 어울리지 않은 희망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타블로는 "14년 동안 음악을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하는 편이다. 되돌아봤을 때 무언가 아름답고, 놀라운 일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자고 다짐하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에픽하이 답지 않은 긍정적인 제목"이라고 했다.
에픽하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체하는 아이돌과는 다르게 오랫동안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 비결을 묻자 투컷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가족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끼리는 동반자 같아요. 음악을 안 해도 같이 있을 듯하고요."
"세 명이 같이 있을 때 그나마 잘 되는 편이죠. 셋이 뭉쳐야만 그림이 나오는 그룹이라서 해체는 불가능합니다(타블로)."
데뷔 당시를 떠올린 미쓰라는 "다음 앨범을 걱정한 터라 10년 후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타블로는 "10년 후면 음악을 하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10년을 넘어 음악을 하게 될지 몰랐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정말 감사하다. 지난 '신발장'도 큰 사랑을 받아서 그렇다. 할 게 있고, 할 수 있고,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에픽하이는 선배 임창정과 같은 날 컴백했다. 내달 3일, 4일(2회)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의 깜짝 게스트는 임창정이다. "콘서트를 열 때마다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특별 게스트를 섭외했어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임창정 선배님이 스스로 얘기하셨어요. 하하. 가을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어느 공연 때 투컷 씨가 임창정 선배님의 '내가 저지른 사랑'을 열창한 적 있다. 실제 임창정 선배가 '내가 저지른 사랑'을 불러 주시기를 바랍니다(타블로)."
이번 앨범은 또 아이유, 오혁, 크러쉬, 악동뮤지션 수현, 넬 김종완, 위너 송민호,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이하이 등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을 자랑한다.
'빈차'는 이루지 못한,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집에 가야 하고, 갈 길이 너무 먼데 택시가 안 잡히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했다.
'연애소설'은 이별 후 지우고 싶은 기억들, 잊지 못하는 추억들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다.
"아이유 씨는 예전부터 피처링을 요청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아이유 씨가 콘서트 게스트로 '돈 헤이트 미'를 불러달라고 해서 열창했답니다. 당시 아이유 씨 팬들 앞에서 섭외 요청을 했고, 그러다 이번 타이틀곡 '연애소설'이 탄생했다. 성시경 씨와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시경이 형이 컴백을 준비 중이라서 아쉬워요. 박정현, 김연우 선배와도 함께하고 싶어요.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진 않습니다(타블로)."
'빈차'의 경우는 오혁이 마음에 들어 했단다. 평소에 연락이 잘 안 닿는 오혁은 이 노래를 듣고 5분 만에 좋다고 했다고. 피처링 가수들은 투컷이 섭외한단다. 비결을 묻자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요청한다"고 했다.
컴백 전 신경 쓴 가수를 묻자 타블로는 "트와이스의 컴백 소식을 알고 있었다"고 웃었다.
'개화'라는 곡도 인상적이다. "우리를 보고 꿈을 꿨다는 후배가 있더라고요. 그런 후배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어요. 연예 업계뿐만 아니라 세상엔 많은 연습생이 있고, 우리도 연습생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입니다(타블로)."
송민호가 참여한 '노땡큐'는 가사 때문에 여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타블로는 "이 곡은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인해 무분별하게 판단이 이뤄지는 세태를 풍자하고자 만든 노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아를 찾아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여혐 논란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타블로는 "어쩌면 더는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도전하는 몇 번의 순간들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배울 건 배우고 고칠 건 고치면서 성장했답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