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준호 "나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끌려요"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서 첫 주연
"무조건 잘하고 싶었던 작품"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서 첫 주연
"무조건 잘하고 싶었던 작품"
"'버텨내자'고 주문을 걸었어요. 강두의 지치고 힘든 삶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PM 출신 연기자 이준호(28)는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속 주인공 강두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드라마는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1%대 시청률이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으며 종영했다.
전작 KBS2 '김과장'에서 코믹한 모습을 맛깔나게 연기한 이준호의 첫 주연작이다. 이준호는 상처에 사로잡힌 채 마음을 문을 열지 못하는 강두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2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이준호는 "아직도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다"고 종영 소회를 밝혔다.
상처가 많은 인물을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준호도 그랬다.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 말수도 줄어들고, 웃음기도 지웠다. 작품 외에 다른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난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힘든 강두를, 배우는 꿋꿋하게 연기해냈다.
"삶이 힘든 강두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에요. 100% 만족한 연기를 하진 못했지만 '이준호, 진짜 강두 같았다'는 평가를 얻고 기분이 좋았죠. 처음엔 강두를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라고 이해했는데, 감독님과 의논한 끝에 사연이 많은 캐릭터라고 정의했습니다."
강두는 '김과장'의 귀여운 악역 서율 이사와는 정반대 캐릭터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 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는 "전작과 다른 인물을 연기했을 때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질 거라 생각했다"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를 위해 목소리 톤을 낮게 했고, 위태위태한 느낌을 주려고 체중 7kg을 감량했다. 벼랑 끝에 선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회에서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는 죽음의 위기와 사고의 상처를 딛고 행복을 찾았다.
배우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큰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죠. 작품성에 대해선 평가가 갈릴 수 있어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강두가 현실과 너무 닿아있어서 시청자분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무반응보다는 호불호가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저조한 시청률은 배우로서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배우의 생각은 확고했다. 1회부터 휘몰아치는 전개가 이어지지 않는, 요즘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라 애초부터 시청률에 욕심내지 않았단다. 제작진, 출연진의 생각이 다 같았다. '시청률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자'가 목표였다.
"시청률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요. '김과장'도 그랬잖아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물론 주연 배우라면 시청률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감은 느끼죠. 작품을 잘 이끌어야 하고요. 전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서 강두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노력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 '올인'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특히 저와 진아는 신인으로서 주연을 맡은 것 자체에 감사했습니다."
첫 주연으로서 배운 점도 많은 듯했다. 그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여주인공 진아의 이야기가 바탕으로 깔린다"며 "저와 진아가 힘을 합쳐서 잘 해내고 싶었다. '김과장' 때 남궁민 선배를 보면서 느낀 게 책임감이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도, 촬영 들어가면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번 작품에서 지치치 않고, 아프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엔 연기다. "저를 보는 스태프들이 기뻤으면 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으면 예쁜 사진이 담기잖아요. 많은 분이 저를 보고 기뻐했으면 했습니다. 연기를 잘해서 진짜 강두가 되고 싶었답니다."
배우 나문희와 호흡한 그는 "선생님은 인물 그 자체"라며 "나도 나문희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작품일까. "정말 잘 선택한 작품이에요. 현장 분위기가 최고였죠. 첫 주연이라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마음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습니다."
2008년 2PM으로 데뷔한 이준호는 '10점 만점에 10점', '기다리다 지친다', '니가 밉다', '어게인 앤 어게인', '하트비트', '핸즈업'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감시자들'(2013)에서 잠깐의 출연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뽐낸 그는 '스물'(2015), '협녀 칼의 기억'(2015), '기억'(2016) 등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뽐냈다. 지난해 KBS2 '김과장'에선 서율 이사를 매끄럽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작품 선택 기준을 묻자 "그냥 하고 싶은 작품을 한다"며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면 더 좋고, '이준호라면 할 수 있는 최초의 캐릭터'에 끌린다. 나와 인연이 닿지 않아 대박 난 작품에 대해선 미련 없다"고 강조했다.
이준호는 2PM으로 활동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촬영하면선 가수 활동도 병행했다. 지난달 25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일본에서 미니 6집 '윈터 슬립(Winter Sleep)', 한국서는 디지털 싱글 '겨울잠'을 동시 공개했다.
그는 "가수 활동은 늘 하고 싶다"며 "가수로 활동하면서 많이 이뤘다. 다만, 배우 이준호로서는 욕심이 많아서 이루고 싶은 게 여전히 많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섭렵하고 싶다"고 말했다. '믿고 보는 가수와 배우'가 그의 꿈이다.
최근 솔로로 컴백한 2PM 우영은 언론 인터뷰에서 5년 전 극심한 사춘기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준호에게 그런 시기는 없었을까. "전 데뷔 초, 아무것도 모를 때 힘들었죠. 저 빼고 다른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하면서 그룹을 알리는데 전 혼자 숙소에 있었어요. 저도 연예인인데 유명해지고 싶고, 한 획을 긋고 싶었거든요. 근데 아무것도 안 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내게 기회가 온다면 뭐라도 잡자'고 다짐했어요. 비교적 일찍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제게 온 기회가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최근 이준호가 속한 2PM은 소속사 JYP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또 소속사의 대외협력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준호는 "이사가 됐는데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해맑게 웃었다.
향후 계획을 묻자 "5개월 동안 캐릭터에 빠져 있다 보니 몰랐는데 주변이 많이 바뀌었더라. 당분가 일상을 즐기며 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준호 숲 1호'가 29번째 생일을 맞아 서울로7017의 스타나무 길에 조성된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준호의 팬클럽 '소울준호'와 나무 심는 사회 혁신 기업 '트리플래닛'이 함께 진행하는 '스타숲 프로젝트'를 통한 것이다.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죠. 팬들이 멋지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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