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린”…15년 만에 돌아온 씨야, ‘씨야’의 주인이 되다 [D:인터뷰]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6.04.01 07:09  수정 2026.04.01 07:09

남규리-이보람 전화 한 통이 재결합의 시작…“오해 해결하니 순식간에 진행”

남규리 “다시는 단절 없이 오래 함께 하고 싶다”

이보람 “씨야 노래가 다시 노래방에서 울려 퍼지길”

김연지 “공연장에서 마이크 넘겼을 때 관객이 떼창으로 화답하는 거 보고 싶어”

15년 전. 여성 보컬 그룹 씨야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2006년 데뷔 후 여러 곡을 히트시켜, 신인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씨야는 “대중이 인정해 줘야 1위”라고 말했고, 이를 곧 증명했다. 그러나 소속사와의 문제, 남규리 탈퇴 등으로 씨야는 흔들렸고, 결국 대중과 안타까운 작별을 했다. 멤버들은 연기자로, 뮤지컬 배우로,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늘 ‘씨야’가 붙었다. 그만큼 씨야의 존재감은 강렬했고, 오랜 시간 지속됐다.


씨야 김연지 남규리 이보람ⓒ

그리고 2026년 씨야(남규리, 이보람, 김연지)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돌아왔다. 긴 공백, 한 차례의 재결합 무산, 그리고 멤버의 성대 수술까지.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던 시간을 통과한 끝에 세 사람은 다시 같은 무대에 섰다. 이번 재결합은 단순한 추억 소환이 아니다. 독립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가사를 쓰고, 멤버들이 스스로 팀의 주인이 되어 새 출발을 선언하며 진짜 ‘씨야’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재결합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남규리가 지난해 행사 의뢰를 받아 씨야 노래를 준비하던 중 MR을 구하지 못했고, 밤 12시에 이보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만난 친구한테 연락하듯 자연스럽게 전화했는데, 너무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한 남규리는, 이후 이보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공백을 허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남규리ⓒ

오랜만의 만남에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 출연 이후 재결합 논의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쌓였던 오해들을 하나씩 덜어냈다. 남규리는 “각자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대화를 나눠보니 사실 별일이 아니었는데 크게 부풀려진 것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연지와도 따로 만나 같은 과정을 거쳤고,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재결합 이야기는 물 흐르듯 결정됐다.


데뷔 초부터 씨야는 준비 기간이 짧았고, 서로를 충분히 알기도 전에 바쁜 일정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시간 동안 풀리지 못한 작은 오해들이 쌓이고, 씨야가 해체한 이후에는 각기 다른 소속사라는 현실적 장벽까지 더해지며 완전체 재결합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 걸림돌이라 여겼던 것들이 의외로 쉽게 걷혔다. 김연지는 이에 “한마음이 되는 순간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오해가 다 풀리고 나니 20주년 논의는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재결합의 걸림돌이 ‘오해’였음을 강조했다.


재결합을 결심하면서 씨야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특정 소속사에 속하는 대신 씨야 자체 법인을 직접 설립했다. 남규리는 “20년 경력의 멤버들이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하고 싶었다. 어느 한 회사의 결정이 아닌, 각자의 스토리와 생각이 반영된 독립적인 레이블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역할을 소화하는 데 급급했다면, 지금의 씨야는 멤버 각자가 팀의 주인이라는 의식 아래 직접 결정하려 한 것이다.


이보람ⓒ

그 변화는 신곡 작업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씨야는 세 멤버가 직접 가사 작업에 참여했다. 남규리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씨야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에 의한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함께한 녹음실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녹음이 여러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남규리는 “처음 오디션 때 연지가 앉아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시간을 거쳐 다시 모이게 됐다는 생각에 너무 벅찼다”고 전했다.


김연지에게 이번 재결합은 각별하다. 그는 성대 낭종으로 수술과 긴 회복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김연지는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19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연 치유를 원했지만 결국 수술을 받았고, 다시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재결합 제안을 받았을 때도 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자신이 과연 다시 노래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멤버들을 다시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김연지는 “함께라면 다시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합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씨야의 재결합은 팀의 복원이면서 동시에, 멤버 각자가 무대에 다시 설 용기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보람 역시 이번 재결합의 무게를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있다. 이보람은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한 번 재결합이 무산된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각자 다른 회사에서 다시 모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팬들을 위해 하나가 됐다. 아직도 꿈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보람은 “믿기지 않았다”라는 감정을 강조했다.


오랜 시간 후 다시 한 자리에 모인 멤버들의 끈끈함은 인터뷰 중간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그리고 서로를 언급하는 내용에서 드러났다. 특히 이보람은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당시를 회상하며 “촬영 현장에서 연지랑 둘이서 규리 언니 모습을 보고 ‘너무 예쁘다’란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감히 얘기하자면 요즘 아이돌 친구들과 견주어도 절대 손색이 없는 외모의 소유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고, 남규리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씨야는 자신들의 귀환을 경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남규리는 “씨야의 재결합이 한국 가요계가 더 다양한 음악으로 풍성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멜로디가 살아 있고 진심이 담긴 노래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람은 “요즘 친구들처럼 트렌디한 즐거움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된장찌개 같은 만족감과 따뜻함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씨야가 가진 강점을 친근하게 표현했다.


김연지ⓒ

그 마음을 담아 만든 신곡이 지난 3월 30일 발표한 ‘그럼에도, 우린’이다. 오랜 공백과 각자의 아픔을 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남규리는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떠올릴 수 있는 곡”이라며 “잠깐 듣고 마는 노래가 아닌, 씨야의 첫 시절 음악처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보람은 “누구나 삶에서 겪는 좌절과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위로할 수 있는 곡”이라고 덧붙였고, 김연지는 “진심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세대를 넘어 닿는다고 믿는다”고 했다.


20주년을 맞이한 씨야의 버킷리스트도 결국 하나로 모인다. 다시는 긴 단절 없이 오래 함께하는 것, 노래방에서 씨야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지는 것,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넘겼을 때 관객 전원이 떼창으로 화답하는 순간을 강조했다.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려는 복귀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상처, 그럼에도 다시 노래하려는 의지를 품은 재출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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