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재점화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이 청와대와 검찰 간 기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는 대선 공약 이행을 명분으로 속도를 내려는 반면, 검찰은 총장이 직접 나서 사실상 ‘항명’도 불사한 상황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대외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내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조국 민정수석은 5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조 수석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은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권 조정안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고, 진행되는 경과도 모른다”며 패싱 논란을 키운 것을 겨냥한 답변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작심 발언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문 총장에 긴급 회동을 청하고 만났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조 수석은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조정안 내용은 논의를 하기 위한 초안 중 하나”라며 “문재인 정부 구성원으로서 구존동이(求存同異·서로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찾으려 노력한다)의 정신에 따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검찰 내부 기류는 싸늘하다. 당장은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반발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해당 문제와 관련한 자료가 연이어 올라왔고, 일선 검찰청에선 문 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사들의 집단적인 의견 수렴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날 앞서 경찰이 구속한 대림산업 현장소장 2명의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했다. 경찰에서 송치한 핵심 증거 중 일부가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인데, 이 역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중론이다. 구속됐던 2명은 대림산업 하청업체 한수건설 대표로부터 각각 2억원, 1억4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바 있다.
반면 박상기 장관은 스위스 출장을 마치고 출근한 2일, 문 총장이 ‘검찰 패싱’을 직접 문제 삼았다는 사실을 보고 받자마자 “내가 언제 ‘검찰 패싱’을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박 장관은 내부 회의에서 “검찰 쪽 의견도 듣고 있다”며 이러한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계없이 △내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2020년부터는 이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서 문 총장이 주장한 '자치경찰제 카드'로 설득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근거로 한 대응이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조율 단계’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찰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현재 조율이 계속되고 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고 조율을 해서 마무리해야 될 일들이 아직도 여러 개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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