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출혈경쟁 조짐에 고객 피해 우려 확산
시장 1위 삼성화재 인하 단행에 눈치싸움 본격화
손실 확대 불가피…다른 가입자에 전가될까 염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출혈경쟁 조짐이 일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신호탄을 쏘면서 다른 손보사들 간 눈치싸움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보험료 인하 여력이 적은 중소형 손보사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자동차보험에서의 가격 경쟁 과열로 인해 보험사의 손실이 확대될 경우 애꿎은 다른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상화재는 이번 달 11일 책임개시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0.8% 내릴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8월 1.6% 인하 이후 8개월만의 추가 보험료 조정이다.
다른 손보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미 MG손해보험은 이번 달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4.5% 인하했다. 이는 최근 2년 사이에 진행된 업계 최대 인하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두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삼성화재는 오프라인 대비 합산비율이 우량한 인터넷 자동차보험 비중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비록 MG손보는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인수가격을 제고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나, 이와 별개로 업종 내 경쟁심화 조짐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다른 손보사들은 직접적인 자동차보험료 인하보다 특정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는 내달 1일부터 자동차보험의 블랙박스 특약 할인율을 현재 개인용 일부차종 4%에서 7%로 확대한다. 업무용은 5%의 할인을 적용하며 영업용도 1% 깎아준다. DB손해보험도 지난 달 자녀할인 특약 할인율을 5%포인트씩 올렸고 전방충돌 경고장치나 자동비상 제동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평균 약 2%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각이라는 특별한 이슈를 안고 있는 MG손보를 제외하면 이처럼 대형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바람이 일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만 난처해진 모양새다. 경쟁을 위해서는 동반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대부분 자동차보험에서의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보험료를 내리기 쉽지 않은 처지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1개 손보사들은 지난해 해당 상품군에서 102.1%의 합산비율을 기록했다. 합산비율은 보험사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100%보다 높으면 그만큼 손해가 났다는 의미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의 합산비율이 100%를 넘긴 손보사는 MG손보(114.4%)·흥국화재(106.1%)·롯데손해보험(102.8%)·KB손해보험(102.1%)·더케이손해보험(101.0%)·메리츠화재(101.0%)·현대해상(100.1%) 등 7곳에 달했다. 반면 100% 이하는 삼성화재(98.7%)·한화손해보험(98.7%)·DB손해보험(98.9%)·악사손해보험(99.0%) 등 네 곳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사수를 위해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 경우 다른 고객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에서의 손실이 확대되면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올려 이를 메꾸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서의 손해율 확대는 같은 보험사 내 다른 상품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손실을 내고 있는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료 인하 과열경쟁이 다른 고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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