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외유 의혹에 ‘엉뚱한’ 여비서 논란…2차 피해 우려
동행 비서 '여성'이라는 사실만 지나치게 강조
하태경 "야비한 공격, 여성에 대한 모독" 일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일각에서 출장 당시 동행했던 비서가 ‘여성’임을 강조하면서, 자칫 2차 피해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해당 비서가 인턴 신분으로 출장에 동행했고, 단기간 내 고속 승진했다며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9일 김 원장이 2015년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미국과 유럽 출장을 떠난 당시, 인턴이었던 비서가 수행원으로 동행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책업무보좌로 인턴이 동행한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특히 출장 수행원이 ‘여비서’였음을 재차 강조하며, 수행 이후 9급 비서로, 8개월 뒤 7급 비서로 승진한 것은 ‘특혜 승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학을 갓 졸업한 분이 아니라 인턴으로 들어올 때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고, 그래서 연구기관을 담당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정책비서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 인턴 외에 다른 인턴도 똑같이 정책비서로 승진을 했다. 보통 의원이 임기를 마치기 1년 안에 있을 때 결원이 생기면 외부에서 채용하기보다 내부에서 승진시킨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물론, 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비서가 ‘여성’임을 강조하며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의혹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인터넷 포털에는 ‘김기식 여비서’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 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보수진영은 공격하더라도 야비하게 하지 마라. ‘여자 비서’라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증거가 있으면 몰라도, 여비서가 다 그런가. 이는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일침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 자체의 시시비비를 떠나서, 한국당은 물론 언론에서도 ‘비서’가 아닌 굳이 ‘여비서’라고 지칭하며 불필요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면서 “비서가 남성이었어도 이런 식으로 표현했겠느냐. 최근 안희정 전 지사 사태 때문에 이런 부분에 더 민감한데, 괜한 2차 피해로 이어지면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전날 김 원장의 ‘외유 논란’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4월 6일부터 9일까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면서 “의혹이 제기된 해외 출장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출장건들은 모두 관련기관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의원외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거나 관련 기관 예산이 적절하게 쓰였는지 현장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야당의 임명 철회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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