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아시아로 지각변동…'토목‧건축' 영역확장
올해 1분기, 전년대비 토건부문 실적 증가…플랜트 실적은 감소
침체 속 생존법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개발사업 경쟁력 갖춰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활동무대가 중동지역에서 아시아로 지각변동 중이다. 시장이 이동하면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년보다 줄고 인프라 건설 등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변화의 시기를 맞은 해외 건설수주 무대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업 발굴·개발·투자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8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역별 수주액은 ▲중동 28억1213만달러 ▲아시아 63억9416만달러 ▲태평양‧북미 1억9195만달러 ▲유럽 1025만달러 ▲아프리카 1억8285만달러 ▲중남미 6억3288만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르면 전체 해외수주액 중 아시아지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중동지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중동 65억6375만달러, 아시아 22억7094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이 두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뒤바뀐 셈이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텃밭이 그동안 전체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작년 1분기의 경우 3월 말쯤 이란에서 약 50억달러의 대규모 프로젝트 를 수주한 영향으로 중동지역 수주액이 급증한 영향도 있다”며 “올해는 상대적으로 중동 수주가 주춤한 것도 있지만, 그동안 수주활동을 해온 동남아지역에서 성과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해외수주 업체별 순위는 ▲SK건설 25억1708만달러 ▲삼성ENG 22억3080만달러 ▲삼성물산 15억9064만달러 ▲현대ENG 7억9421만달러 ▲대우건설 5억3295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플랜트보다는 인프라건설 확대 추세…토건 시장 더 넓어
우리는 해외수주라 하면 플랜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지역 플랜트 건설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프라 건설 등을 포함하는 토목‧건축부문이 더 방대한 먹거리를 갖추고 있으며, 이 부문이 차지하는 영역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도 토목‧건축부문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 발주물량 자체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이 활발히 활동 중인 아시아 지역은 기본적으로 인프라 건설 등 토목‧건축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공종별 실적을 작년과 비교하면, 토목(9억1207만달러→28억3449만달러)과 건축(6억6968만달러→25억8853만달러)로 모두 증가했다. 특히 건축부문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26억3725만달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반면 플랜트 등이 해당하는 산업설비 부문은 1분기 45억97646만달러로 지난해 75억3603만달러보다 30억달러 가량 급감했다. 물론 수주액 규모자체는 여전히 크지만,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개발사업 경쟁력 갖춰야”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중동지역에서의 저가수주에 따른 어닝쇼크를 겪은 이후 보수적이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생존법으로 투자개발사업(Build-Operate-Transfer, BOT) 방식 수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인 도급형태는 발주처가 먼저 재정을 확보하고 발주, 입찰 등의 순서로 사업을 진행하기 마련이다. 이와는 달리 BOT 방식은 수주한 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을 마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기간 직접 운영해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해 먼저 수력댐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으로 공사비 등을 충당한 후 정부에 돌려주는 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BOT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방식의 사업은 전체 수주규모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해건협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일반적인 도급사업에 의존해왔다”며 “현재 국내 업체들은 BOT 방식엔 좀 뒤쳐져 있는 상황으로 사업을 기획하거나 제안하는 능력, 금융조달 능력 등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라며 “지금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면 해외건설 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 사업 발굴·개발·투자 등 투자개발사업 전 단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발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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