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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동정론 일축한 금감원…금융사 책임강화 '초강수'


입력 2018.05.30 10:44 수정 2018.05.30 11:09        부광우 기자

육류담보대출 손실 관련 기관경고 중징계…"전적으로 회사의 잘못"

"동양생명도 피해자" 프레임 반박…동산금융 확대 정책 맞물려 눈길

금융감독원이 육류담보대출로 4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낸 동양생명에게 중징계를 결정하며 제시한 세부 근거들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금융감독원이 육류담보대출로 4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낸 동양생명에게 중징계를 결정하며 제시한 세부 근거들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양생명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는 일각의 동정론에 대해 금감원이 조목조목 반박하며 허술하게 대출을 관리한 보험사에게 전적인 사고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은 최근 금융당국이 미래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동산 대출의 전형적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금감원의 해석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 25일부로 육류담보대출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동양생명을 대상으로 한 기관경고 제재 조치가 확정됐다. 관련 임원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가, 직원에게는 면직에서 주의 사이의 제재가 결정됐다.

동양생명은 2016년 말 육류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으로 설정하는 방식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38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혀 금융권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유통업자와 창고업자가 공모해 담보물에 중복 대출을 받아 문제가 됐는데 이와 연관된 금융사들 가운데 동양생명의 대출 규모가 가장 커 피해 규모도 최대였다.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확정하기 전까지 금융권 일각에서는 동양생명 역시 피해자 아니냐며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동양생명이 주도적으로 대출 사기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회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제재까지 가할 필요가 있냐는 의연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동양생명을 둘러싼 각종 변론들에 대해 일일이 반대 논리를 내세우며 이런 주장들을 일축했다. 동양생명의 잘못으로 벌어진 금융사고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논란을 원천 봉쇄하는 모습이다.

우선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자산운용 원칙과 재무건전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동양생명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여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총 4만1622건, 4조3637억원에 달하는 수입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차주의 신용상태와 담보물의 실재성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했고, 채무상환능력 평가 없이 대출 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 동양생명이 차주인 육류 유통업자들이 상호출자와 임원을 겸직한 사실 등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해 특수 관계인간 발생한 허위 매출액을 기준으로 20개 차주들에게 대출한도를 부여한 점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신용상태가 불량한 차주들에게도 별다른 제한 없이 신규 대출을 취급하고 기존 대출을 연장하면서 손실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신용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실이 커졌다고 봤다. 애초에 합리적인 신용위험 관리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불합리한 대출 상품을 도입한 것부터 문제였고,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 왔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내놓은 이 같은 해설에 금융권의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시점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동산금융 활성화를 역점 정책으로 삼겠다며 청사진을 발표했는데 동양생명에서 문제가 된 육류담보대출은 해당 사업에 속하는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농축수산물과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5년 안에 지금의 30배 규모인 6조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부동산 담보로 쏠려 있는 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새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사고는 동산금융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그 동안 동산 대출 시장이 좀처럼 크지 못한 배경에는 담보로서의 안정성 저하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동산 담보 대출에 비해 평가부터 관리, 회수로 이어지는 인프라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계획을 전하며 금융당국이 동산금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 이상 금융사들도 이에 발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때마침 나온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해석은 동산금융 상품을 준비하는 금융사들에게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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