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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진기주 "혹평 거쳐 호평…평생 연기 하고파"


입력 2018.07.31 09:17 수정 2018.08.01 09:47        부수정 기자

MBC '이리와 안아줘' 종영 인터뷰

"낙원이는 씩씩하고 강한 사람"

MBC '이리와 안아줘'를 마친 진기주는 감정을 많이 쏟아부은 작품을 끝내 후련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MBC '이리와 안아줘' 종영 인터뷰
"낙원이는 씩씩하고 강한 사람"


"낙원이와 나무 같은 사랑이요? 어휴, 힘들어서 못 하죠."

MBC '이리와 안아줘'를 끝낸 진기주(29)는 깊은 상처를 지닌 낙원과 나무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아버지로 둔 경찰과 톱배우가 된 피해자의 딸이면서 서로의 첫사랑인 두 남녀가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감성 로맨스다.

진기주가 맡은 한재이(길낙원)는 윤나무(장기용)의 첫사랑이자 부모가 그의 아버지 윤희재에게 살해당한 인물이다.

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진기주는 "감정을 많이 쏟아부어서 후련한 만큼 허전한 기분도 들었다"며 "다시보기 영상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해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역할을 맡았다"며 "낙원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상처를 지닌 낙원이를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우는 "낙원이는 강한 아이"라며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만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낙원이는 상처가 크지만 정말 씩씩한 아이이자, 주변을 잘 보듬어준 사람이에요. 저보다 더 큰 인물이라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죠. 저라면 펑펑 울었을 텐데 낙원이는 잘 이겨내는 친구라서 힘들었어요."

MBC '이리와 안아줘'를 마친 진기주는 "극 중 낙원이와 나무의 사랑을 이해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진기주는 종영 소감에서 낙원이를 존경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낙원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아요.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보통 사람이면 겪기 힘든 걸 다 이겨내죠. 힘든 과정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잘하는 게 존경스러웠죠."

8부 모방 범죄신에서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고개 숙인 낙원이를 보는 내내 아프고 눈물이 나왔다"며 "마음 가다듬고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초반 자판기 신에서도 울컥했단다.

배우는 이 드라마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단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기억에 남았어요. 낙원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놓치지 않았죠."

'이리와 안아줘'라는 제목은 꽤 독특하다. 그는 "장르도 상상이 안 되는 제목이었다"고 웃은 뒤 "4회를 찍고 제목을 이해했다. '안아줄게'라는 네 글자가 캐릭터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낙원이가 나무를 안아준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과거 슬픔을 지닌 낙원이가 스스로 안아주고 싶다는 의미라는 걸 알았죠. 9, 10부 찍을 때부터 속이 답답하고 기분이 꿀꿀했는데 지수 양을 만나러 가는 신을 찍으러 가는 날 깨달았어요. '언니는 괜찮아요?'라는 대사를 읽고 울컥했죠. 낙원이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예요. 이후 응어리가 풀리면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나무 장기용과의 호흡도 궁금했다. 진기주는 "기용 씨와는 처음부터 친해져서 편하게 찍었다"며 "마지막 신은 절묘하게 잘 찍었다"고 미소 지었다. "낙원이와 나무 같은 사랑은 너무 거대한 사랑이에요. 비현실적인데 이해가 돼서 안타까운 사랑이었죠."

MBC '이리와 안아줘'를 마친 진기주는 "배우가 내 길이었으면 한다"고 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드라마는 결방 탓에 시청률이 더는 상승하지 못한 채 4~5%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진기주는 "배우로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그래도 여유가 생겨서 촬영했고, 이후 예전 시청률을 회복해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진기주는 '미스티'에 출연할 당시 혹평을 얻었지만, 이번 작품에선 호평을 얻었다. "'미스티' 때는 촬영장 가는 것도 무섭기도 했고, 잠을 못 잘 정도로 자책했어요. 연기가 너무 어렵고, 이게 맞는 건가 의심이 들어서 힘들고 흔들렸죠. 김남주 선배가 위로해 주셔서 마음껏 힘들어했어요."

이후 '리틀 포레스트' 홍보차 관객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보내 준 격려에 힐링했다. 이번 드라마를 찍을 땐 반응이나 시청률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만 있으려고 외부와 차단한 채 연기에 집중했다.

극 중 사이코패스로 분한 허준호는 진기주에게 '넌 참 괜찮은 배우'라며 격려했단다.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며 배우는 웃었다.

'이리와 안아줘'는 신인 장기용, 진기주를 내세운 터라 출발할 때부터 약체라는 평가를 얻었다. "'휴 다행이다'라는 심정이에요. 이 이야기를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 바람은 이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없어요.
다만 어떤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진심으로 낙원이를 느끼고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온전히 전달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진심만으로 연기가 되는 걸까'라는 고민도 생겼어요."

진기주는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감사하고 좋고, 신기하다"며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게 많아서 내공을 쌓아서 다른 작품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나무가 현무의 칼에 찔린 순간 가장 많이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음엔 밝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마무리하니 더 어두운 걸 해봐도 괜찮을 듯해요. 감정의 밑까지 들어가 보고 싶거든요."

진기주는 이력이 독특하다.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 SDS에서 근무하다 기자로 전향해 지역 민방 수습기자로 3개월간 근무했다.

MBC '이리와 안아줘'를 마친 진기주는 "연기를 계속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014년에는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해 올리비아로렌상을 거머쥐며 입상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2015년부터 tvN '두 번째 스무살'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진기주는 최근 JTBC '미스티', 영화 '리틀포레스트' 등에 출연했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판타지 같아서 꿈이라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를 준비하는 걸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부모님이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어요. 3년 정도 다녔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고요. 다른 직업을 찾기 시작했고, 연기자를 생각했는데 용기가 안 나서 공부를 했고 기자를 하게 됐죠. 수습시간 마무리 즈음 제보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이 전화를 괜히 받았구나' 싶었습니다. 이 마음가짐으로는 기자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만뒀죠."

기자를 그만둔 그는 슈퍼모델 선발대회 공고를 발견했고, 슈퍼모델로 발탁됐다.

진기주는 "직장생활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며 "오디션 했을 때 받았던 공격들을 회사생활 당시 얻은 내공으로 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기주는 또 "연기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며 "'두 번째 스무살'에 출연한 이후 현장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89년생인 그는 올해 20대 마지막을 보낸다. 그는 "30대가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는 것 같다"며 "괜찮은 삶이 있을 듯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쌓이는 것들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직업을 거친 진기주에게 배우는 어떤 의미일까. "계속하고 싶고, 연기가 내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인데 꾸준히 선택받고 싶습니다. 낙원이가 빛이 되는 존재가 된 만큼 저도 그런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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