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논의' 카드 의무수납제, 소상공인·카드업계 등 입장 차 '극명'

배근미 기자

입력 2018.07.28 06:00  수정 2018.07.28 23:36

"수수료 협상력 제고" vs "소비자 권익 침해 가능성"

소액 결제거부 허용도 이견...물가인상 등 부작용 제기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의 비용 경감을 위해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소상공인과 카드업계, 소비자단체, 학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의무수납제 개편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차를 내비쳤다. ⓒ데일리안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들의 비용 경감을 위해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소상공인과 카드업계, 소비자단체, 학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의무수납제 등 현 카드 체계에서의 개편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의무수납제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차를 내비쳤다.

27일 명동 은행회관 14층 세미나실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소액 결제일 경우에도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는 의무수납제 폐지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참석자들은 분야에 따라 폐지 및 제도 개편에 따른 부작용 또는 효과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의무수납제 폐지를 주장하며 “단체협상권을 통해 정부 개입없이 가맹점과 카드사가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윤근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서울남서부 이사장은 ”수퍼마켓 카드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에 달한다“며 의무수납제 폐지에는 다소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쳤다. 이 이사장은 다만 ”제도 폐지가 아닌 골목상권이 처해있는 현실을 정확히 판단해 카드 수수료 인하 뿐 아니라 골목상권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상무는 “의무수납제도는 소비자와 정부, 가맹점 간 이해가 상당히 첨예하고 저희 업계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전면적 폐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1만원 이하 등 일부 결제금액에 대한 제한적 폐지는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의무수납제 폐지가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이 상무는 “제로페이와 같은 간편결제가 활성화되면 소액결제 수수료 부담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현재 5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도 가맹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무수납제 폐지가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놓고 소비자단체와 학계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경영 서울YMCA 부장은 “현금이 주류였던 과거에서 카드와의 역차별이 발생한 현재 의무수납제 폐지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거나 영세사업자들의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무수납제 폐지 대신 제로페이 등을 통한 고비용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의무수납제와 같은 규제가 가맹점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카드 사용을 조장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학계 주장을 인용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는 카드 결제에 따른 혜택이 많다”며 “그런데 이는 과도한 카드 사용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내가 낸 카드결제 비용 일부를 카드가 없는 이들이 함께 부담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는 특히 카드 발급이 어려운 경제적 약자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구조일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의무수납제를 당장 폐지하자고 이야기하기에는 시장 별로 의견이 서로 다른 만큼 일부 업종을 우선적으로 허용하는 등 정책적 고려를 충분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신용카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정치권이 만들어낸 제도적 갈등"이라며 "법으로 규정한 의무수납제가 가맹점 협상력을 없애버려 협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사실이고 그로인해 카드 수수료 인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3년마다 돌아오는 적격비용 산정이나 카드 수수료 개편 문제에 있어서도 소위 말하는 전문가나 관료들 역시 (업계의 현실보다는) 코끼리 다리만 더듬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현안을 단번에 해결하는 방법도 없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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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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