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쏟아지네"…작년에 산 롱패딩은 중고시장으로
중고 사이트 몰려드는 롱패딩…지난 겨울 히트친 '평창 롱패딩'도 거래
업계선 주력 신상품 '출격 대기'…성수기 치열한 판매 경쟁 예고
작년 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롱패딩(벤치파카)이 올 시즌 신제품 출시가 시작되면서 중고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31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롱패딩'을 검색하면 아디다스·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K2·스파오 등 의류 브랜드 제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굿즈(Goods·상품)였던 '평창 롱패딩'까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같은 판매글은 최근 들어 하루 200~300개씩 올라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전국을 휩쓸었던 '롱패딩 열풍' 때문이다. 작년 11월 롯데백화점이 제작한 평창 롱패딩이 14만원대 가성비 상품으로 주목 받아 품절 사태를 빚었고, 이른 한파까지 불어닥쳐 소비자들은 각 브랜드에 구비된 롱패딩을 앞다퉈 장만했다.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패딩을 입은 사람이 많아 한때 '김밥 패션'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업계는 올 겨울도 롱패딩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예년보다 품질과 디자인을 개선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에 마련했던 롱패딩을 올해 또 입을지, 신상품을 추가로 구매할 지 고민에 빠졌다.
이 중에서도 작년에 산 롱패딩을 중고로 처분하고 신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주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고 있다.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모 브랜드 벤치파카를 작년 한철 따뜻하게 입었는데 지금 얼리버드 세일 중인 다른 브랜드에서 흰색 롱패딩을 사고 싶어 고민된다"며 "옷장이 터져나갈 것 같아서 기존 롱패딩을 중고로 팔고 새 옷을 다시 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불었던 아웃도어 광풍을 떠올리고 있다. 노스페이스·몽클레어·캐나다구스 등 고가의 패딩은 한때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등골브레이커'로 언급되면서도 인기가 치솟았다가 열기가 빠르게 냉각됐다. 이번 롱패딩 열풍도 마찬가지로 젊은 소비자들의 모방 심리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격적인 신상품 판매를 앞둔 패션업체들은 그야말로 출격 대기 상태다. 작년에는 간결한 디자인에 대한 호응이 높아 브랜드마다 비슷한 모양의 롱패딩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브랜드별로 개성과 강점을 특화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이미 긴 기장의 패딩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여러 디자인의 신제품을 준비했다"며 "작년에 롱패딩이 시장을 휩쓸었다면 올해는 '롱&숏(Long and short)' 패딩으로 유행이 옮겨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작년 겨울 벤치파카 판매량이 급증해 역대 최고 월 매출을 올렸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 특별히 1, 2차에 나눠 선판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베스트셀러인 '레스터'를 포함해 '위컴', '티롤린' 등 3가지 패딩을 공개했고, 지난 22일 오픈한 2차 선판매에선 허리 기장의 '밀포드'와 브랜드 최장 길이의 '리빙스턴' 리뉴얼 제품 등이 준비됐다.
K2는 이번 시즌 길이·색상·소재·프린트 등을 폭넓게 갖춘 다운 패딩을 선보이며 10~30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전 제품에 100% 구스 충전재를 사용했고, 고급 퍼(fur)와 신규 색상을 활용해 여성 소비자를 위한 제품군도 강화했다.
아이더는 신제품 '스테롤 구스 롱 다운재킷' 기장을 무릎 길이와 무릎 아래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길이 2종으로 구성했고, 색상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렸다. LF 라푸마는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트루아 롱 벤치코트’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트루아 슈퍼롱 벤치코트’를 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갤럭시'는 짧은 기장의 새로운 패딩 카테고리 '숏 푸퍼(Puffer·부풀어 오르는 듯한 패딩)'를 선보였다. 풍성한 볼륨감으로 80~90년대 복고 스타일을 강조하고, 수트와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는 브라운 색상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한 패선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 브랜드 중에서 패딩을 출시하지 않았던 곳도 있었지만, 올해는 하나도 빠짐 없이 주력 롱패딩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성수기를 앞두고 업계 전반에서 경쟁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