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돌입 기대…남북경협으로 선순환 가속
‘부분적 핵보유’ 사실상 묵인 위험…영변핵시설 폐기 무용론 ‘솔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돌입 기대…남북경협으로 선순환 가속
‘부분적 핵보유’ 사실상 묵인 위험…영변핵시설 폐기 무용론 ‘솔솔’
숨 가쁘게 전개돼온 한반도 비핵화 스토리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하이라이트를 맞게 됐다.
주연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다. 김 위원장은 60시간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중국과 베트남의 발전된 풍경을 보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25일 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베트남으로 향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핵무기가 없다면 북한은 세계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낙관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주연과 조연을 오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 머물며 회담 결과를 주시할 계획이다. 자존심 강한 북미 두 정상이 ‘통큰’ 합의를 이뤄내면 문 대통령 주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보하지 못하거나 한국의 안보이익이 배제된 합의가 이뤄지면 그동안 표명해온 ‘중재외교’는 도마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연에 머물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초조한 심정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미일 정상은 2번 회동하고 5번의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최근에는 한번 통화한 것이 고작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거듭 요청했지만 북미간 핵심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배후의 인물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김 위원장과 4차 북중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아울러 막대한 경호 비용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베트남으로 가는 철길을 열어준 것도 굳건한 북중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협상판에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무대 뒤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주면서 미국에 대한 견제력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돌입 기대…남북경협으로 선순환 가속
한반도 비핵화 ‘해피엔딩’을 예상하는 여론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입구에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이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상응조치를 제공해 북미 신뢰관계가 강화되고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진전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추가 핵실험 및 핵물질 생산 중단, 국제 사찰단에 핵시설 개방, 일부 핵시설 폐기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로 꼽히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검증 합의를 이뤄낼 경우 상당한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완화에 앞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재개 등을 포함한 남북경협을 얻어내고 빠른 경제발전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아울러 남북경협 활성화는 남북 관계 및 남북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해 북한의 자발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전략적·안보적·사회적 손실은 막대하다"며 "정부는 우리가 협상을 지원하는 것이 이같은 손실을 막고, 오히려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임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분적 핵보유’ 사실상 묵인 위험…영변핵시설 폐기 무용론 ‘솔솔’
반면에 한반도 비핵화 ‘베드엔딩’을 우려하는 여론은 북한이 제대로 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필요이상의 제재완화를 보장해 다음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이어갈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의 우려대로 북미 정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그치는 ‘졸속합의’를 도출할 경우 한국은 영구히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핵 합의 기대수준을 낮추고 ‘미국인 안전 확보’에만 초점을 두는듯한 발언을 지속하면서 이들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영변 핵시설 폐기 합의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미 고도화된 핵 기술과 다량의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에게 영변 핵시설은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북제재 완화 및 남북경협으로 체재 생존력을 높인 북한이 향후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거나 은닉된 핵무기를 꺼내들어 또다시 한반도 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지금 정부는 북미간 협상 방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양쪽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겠다는 태도만 취하고 있다”며 ”북한이 ICBM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핵무기 동결을 수용해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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