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트럼프 전화통화…중단거리 핵미사일, 납북자 문제 해결 요청
일본 요구, 한국 안보이익과 연계…“북핵문제 공조 강화해야”
아베·트럼프 전화통화…중단거리 핵미사일, 납북자 문제 해결 요청
일본 요구, 한국 안보이익과 연계…“북핵문제 공조 강화해야”
2차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일본의 안보이익이 배제되는 이른바 ‘재팬패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핵심적인 요구인 ‘북한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이는 한국의 안보 이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11월 말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한 후 처음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3달 사이에 2번 회동하고 5번의 전화통화를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통화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긴밀히 연계하자는데 뜻을 모았다”며 “특히 납북자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일본의 요구를 관철시킬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미측 실무협상단은 최근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freeze)’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폐기’가 아닌 ‘동결’로 논의 수준이 낮아진 것은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을 사실상 용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는 일본에게는 용납하기 어려운 결과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도 요원해 보인다. 북미 실무진은 그동안 수차례 치열한 협상을 벌였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의제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회담을 마친 뒤 인권문제를 논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비핵화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적대행위로 인식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어렵게 형성된 북미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인권문제 거론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본의 요구가 무시되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중단거리 핵미사일 사정거리에 포함돼 있다. 북한의 부분적 핵 보유 묵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잠재적인 안보위협이 된다.
또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송환되지 못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 군 당국은 귀환포로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북한에 약 500여명의 국군포로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로들은 북측에서 수십년간 억류당한 채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국제사회의 인권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이들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요원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지금 정부는 북미간 협상 방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양쪽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만 가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핵무기 동결을 수용해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학계 관계자는 “일본은 안보·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과 이해관계가 같고 신속히 관계를 회복해 북핵 문제에서 공조해야 할 국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일본과의 화해 촉구를 친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