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카드 소득공제, 과세 양성화 목적 달성” 단계적 폐지 시사
“사실상 근로자 증세” 폐지 반대서명운동 본격화…소비위축 우려도
부총리 “카드 소득공제, 과세 양성화 목적 달성” 단계적 폐지 시사
“사실상 근로자 증세” 폐지 반대서명운동 본격화…소비위축 우려도
지난 20년 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직장인의 13번째 월급으로 자리잡아 온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또다시 존폐기로에 놓였다. 관계당국은 지난해 말 일몰시한 1년 연장을 끝으로 카드 소득공제 폐지에 팔을 걷겠다는 계획이지만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의 조세저항이 벌써부터 만만치 않아 관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 “카드 소득공제 제도, 과세 양성화 목적 달성” 단계적 폐지 시사
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4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 간 명맥을 유지해 온 카드 소득공제에 대한 폐지 방침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시사했다.
지난 1999년 처음 도입 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카드 사용액 가운데 급여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을 한도 내에서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현금거래가 주를 이루던 당시 일부 사업자 또는 업종을 중심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함으로써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탈루가 일상이던 관행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숨겨진 소득을 양성화함으로써 정부의 세수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본격 도입됐다.
이같은 소득공제가 카드 결제 활성화와 함께 자리를 잡으면서 과세당국은 자연스레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을 손쉽게 포착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근로소득자들 역시 매년 연말정산 시마다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효과에 힘입어 당초 2002년까지 한시적 법 적용을 예고한 상태로 도입됐던 제도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다 어느새 20여년을 훌쩍 넘기게 됐다.
문제는 일몰시한을 맞은 해당 제도가 이미 굳건하게 정착된 상황에서 폐지 혹은 축소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00만명 중 968만명이 22조원 상당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계당국은 '일몰 기한이 다가온 데다 제도 목표 또한 달성한 만큼 폐지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세월 동안 직장인들에게 주요 세금 환급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측면이 높아 체감되는 혜택 축소에 대한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여부와 관련해 "국민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있어 급속한 공제 축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언급한 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동안 당국이 공제율을 낮추려 몇 차례 시도했으나 근로소득자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전력이 있다. 결국 근로자 부담 확대로 귀결되는 만큼 수 년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 역시 관련 제도 연장을 적극 추진해 오기도 했다.
"사실상 근로자 대상 증세" 폐지 반대서명운동 본격화…소비위축 우려도
한편 정부의 카드 소득공제 폐지 움직임에 따른 반발 역시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세금 관련 NGO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이같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근로소득자와 사업자간 세금 형평성이 악화됨은 물론 지하경제 활성화로 국내 경제 전반의 투명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궁극적으로는 근로자 세 부담 확대 및 신용카드 사용 위축에 따른 따른 내수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대표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과표 양성을 위한 소득공제 도입 취지가 달성됐다고 하나 국내 지하경제 비중은 여전히 국내 GDP 대비 20%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카드 소득공제 축소 및 폐지가 단행될 경우 음성화 비중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의 과표 양성화율 격차를 방치하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최근 '제로페이'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신용카드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는 결국 보편화된 신용카드 결제 대신 '제로페이 밀어주기' 일환이라는 의구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제로페이와 같은 모바일 직불카드 확산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이른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통한 '서민 증세'에 반대하는 움직임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납세자연맹 측은 이날부터 국민들을 대상으로 '카드 소득공제 축소'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 방침을 저지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과세체계는 해외와 달리 물가 상승폭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구조"라며 "연봉 상승폭이 1%이라고 가정할 경우 물가상승폭 감안 시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임금은 마이너스임에도 무조건 소득이 오른 것으로 보고 세금을 떼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 개편은 사실상 근로자 대상 증세나 다름없다"며 "이는 결국 서민과 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