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인터뷰] '생일' 전도연 "삶이 힘들다면 이 영화를"


입력 2019.03.27 08:56 수정 2019.03.30 11:11        부수정 기자

'생일'서 아들 잃은 엄마 순남 역

"위로와 힘 얻은 작품"

배우 전도연은 영화 '생일'에서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매니지먼트숲

'생일'서 아들 잃은 엄마 순남 역
"위로와 힘 얻은 작품"


"이런 작품을 피하려 한 게 참 죄송했어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46)은 최근 유가족 시사회를 마쳤다.

시사회 때 한 어머니가 세월호 리본이 엮인 지갑을 전도연에게 건넸다. 감사하고 또 죄송했다는 전도연은 눈물을 흘렸다. 많이 걱정했는데 유가족들의 응원에 힘이 났다. 전도연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도연의 진심이 담긴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4년 4월 16일,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전도연은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고사했던 그는 이야기에 끌려 다시 출연을 결심했다.

25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전도연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힘이 되는 스토리라 출연했다"며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감독님, 제작진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하면 순남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엔 슬픔도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따뜻한 힘이 담겨 있다. 이런 부분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한다"면서 "상처받고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생일'을 보고나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일'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이종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2015년 여름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웃'에선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유가족들과 희생자 친구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 감독은 유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영화를 기획했다.

이 감독과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 때 인연을 맺었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님도 이 영화에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짧게 얘기했다.

영화 '생일'에서 순남 역을 맡은 전도연은 "이 영화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했다.ⓒ매니지먼트숲

이 감독과 팽목항에 다녀왔다는 그는 흩어진 세월호 리본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 광경을 보고 영화에 출연하길 더 잘했다고 다짐했다.

"당시 참사를 보고 온 국민이 무기력함을 느꼈잖아요. 내가 무언가 할 수 없었다는 것 때문에 미안해서 외면하게 됩니다. '생일'을 통해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느낌이 들어요. 이 작품을 통해 더 위로받고 힘을 얻었어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스크린에서 재회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서로 다른 상처와 슬픔을 지닌 부부로 등장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정말 어렵고 힘든 연기였다. 주변에서도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전도연은 감정적으로 캐릭터에 더 이입할까 봐 한발짝 물러나서 순남을 바라봤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집에 돌아온 정일(설경구)에게 이혼 서류를 던지는 장면이었다. 전도연은 "의외의 장면"이라며 "어떤 이유에서 그 장면이 그렇게 힘든지는 모르겠다. 정일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쳐내는 장면이었다"고 고백했다.

촬영 전에 유가족들은 만나지 않았다. 무서웠고 어려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 이 영화로 인해 오해가 생길까 봐 고민했다. 배우 스스로 느낀 감정을 철저하게 검열한 이유이기도 하다.

순남은 유가족이긴 하지만 유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아이를 잃은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다.

생일 모임을 통해 순남은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외면하려고만 한 순남이 그들을 공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생일'은 극 영화이지만,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인물의 감정이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전도연은 배우가 아닌 진짜 순남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장면마다 살아 숨쉬며 관객의 가슴을 콕 건드린다. "일상적인 모습과 엔딩의 생일 장면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와요. 감독님이 생일 모임에 실제로 참여했거든요. 생일 모임에선 실제로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영화 '생일'에서 순남 역을 맡은 전도연은 "'생일'은 힘듦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매니지먼트숲

설경구와 호흡을 묻자 "배우들끼리는 감정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경구 오빠 팬들이 선물을 많이 보내줬어요. 경구 오빠가 정말 많이 멋있어졌더라고요. 자기 관리가 뛰어난 배우입니다."

예솔 역의 김보민과의 호흡을 묻자 "보민이는 세월호 참사 이야기인 걸 몰랐다"고 말했다. 언론시사회 이후 영화를 본 김보민은 펑펑 울었다. "제가 보민이에게 '네 연기 보고 펑펑 울면 어쩌냐'고 했죠. 하하. 혼내는 장면을 찍을 때는 보민이가 많이 놀랐어요. 순남이가 예솔이에게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중요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거든요."

영화 마지막 즈음 부부는 딸 예솔에게 손 먼저 씻으라"고 무심히 말한다. 상처 위에 희망이 피어난다는 걸 조금은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순남은 슬픔에 잠식된 사람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은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걸 의미해요. '아 또 살아가야지'라는 따뜻한 희망이 담겼죠."

작품마다 '전도연만의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이번 '생일'은 특별한 의미를 남긴다. 그는 "연기를 통해 이 이야길를 보여줬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며 "'생일'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가까이하기 힘들었던 작품이었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작품으로 남았어요. 뭐 하나 쉽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잘했구나 싶어요."

2016년 '남과 여'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그는 "마음에 든 작품이 없었다"며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tvN '굿와이프'를 통해 안방에서 많은 활약을 한 그는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팀워크가 참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굿와이프'에서 호흡한 김서형이 출연한 'SKY 캐슬'을 봤느냐고 묻자 "그럼요"라고 웃었다. "밤을 새워서 몰아보기 했어요.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문자를 보내기도 했죠. 이 작품에 나온 모든 분이 멋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이야기와 배우들의 승리죠."

예비 관객들에게 할 말을 묻자 전도연은 '생일'을 본 지인에게서 받은 문자를 소개했다. "일도 하고 애도 키우느라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삶이 팍팍하고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본 후 이런 내 삶이 참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생일'은 힘듦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예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