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부 지원 등에 업은 中 시스템반도체, 韓 뛰어넘어"


입력 2019.03.28 18:41 수정 2019.03.28 19:06        이홍석 기자

이병인 한중시스템IC연구원장, 시스템반도체조찬포럼서 밝혀

"수요 증가로 팹리스기업 비약적인 증가...산업 급속 성장"

이병인 한중시스템IC연구원장, 시스템반도체조찬포럼서 밝혀
"수요 증가로 팹리스기업 비약적인 증가...산업 급속 성장"


중국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사업 경쟁력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크게 늘리면서 이미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보다 경쟁 우위를 점했다는 진단이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조찬포럼 세미나'에서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 하에 대규모 전방산업에서의 수요 증가로 팹리스 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점유율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36개였던 중국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은 이듬해인 2016년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 선언과 함께 1362개로 약 2배 가량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698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매년 증가하며 지난해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5%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약 2배나 높은 수치다.

이러한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에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 정책을 토대로 선전·난징·우시·텐진 등 중국 내 주요 13개 도시들에 각각 지역별로 특화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

각 도시별로 기금을 조성해 인력확보, 연구개발(R&D), 생산지원, 판매장려 등 모든 부분에 걸쳐 폭 넓은 지원을 통해 생태계 조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의 경우, 지난해 발표한 '제3차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에 따라 매년 850억원의 지원 기금과 총 5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시 동쪽에 위치한 평산신구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이 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약 50~90%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기업당 최대 10억2000만원 가량을 제공하고 있다.

또 설계·장비·소재 분야 기업들에게는 최대 10억원의 자본을 지원하고 제조·패키지 기업에게는 투자비 85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10%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단지 내 입주 기업 제품을 최초 구매하는 평산신구 소재 완제품 기업에게는 기업당 8억500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비 50%를 지원하는 등 생산 및 판매 지원 정책도 펼치고 있다.

난징에서는 대형 반도체 제조라인 기업의 유치를 위한 지원 계획을 공표했고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우시에서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 R&D 및 양산 전 과정에 대한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각 도시별로 규모는 상이하나 기업 운영 전반의 경영 자원에 대한 입체적인 생태계 조성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앙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각 도시별로 시스템반도체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외에서 상대적으로 전방산업 규모가 큰 것이 이러한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리케이션에서부터 디자인, 생산 등이 모두 가능하고 브랜드·제조·솔루션·반도체 기업이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의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반도체 산업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로 창업·투자·인수합병(M&A) 여력이 충분하고 대부분의 로컬 부품 업체들이 자국과 글로벌 복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패키징·모듈·반제품 제작 등 전 세계 후공정 산업이 몰려 있어 설계 이후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는 시장 환경도 일조하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 ICT 제조업의 발전이 자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들이 더 많은 시스템반도체를 필요로 하고 업체들도 이러한 수요 증가에 발맞추면서 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다양한 고객에게 비배타적으로 제품 공급이 가능한 독특한 산업구조도 산업 성장에 기여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한 후에도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다시말해 공급·수요업체간 종속적인 관계가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대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갑·을 관계이지만 영역을 침범하기 보다는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기본적인 철학이 존재한다"며 "국내와 달리 부품·모듈·제조업체들이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러한 사업 환경 토대를 기반으로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이미 국내를 뛰어넘은 상황으로 향후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방산업 구조와 밸류체인을 이해하는 한편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식해 지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도 중요하지만 이들과의 협력 및 활용이 더 중요하다"며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제조국가 및 최대 시장으로 시장 지향적인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려는 중국 제조기업들의 수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