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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 세대를 대표해 말 합니다”


입력 2019.05.04 09:09 수정 2019.05.04 09:12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㊼>기성세대에 일침 가하는 당찬 어린이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 오른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알쓸신잡-스웨덴㊼>기성세대에 일침 가하는 당찬 어린이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 오른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공영 방송인 SVT의 인터뷰 프로그램 ‘Skavlan’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 = SVT 화면 캡처)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공영 방송인 SVT의 인터뷰 프로그램 ‘Skavlan’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 = SVT 화면 캡처)

얼마 전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16세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스웨덴을 넘어 전 유럽을 자신의 활동 무대로 삼고 기후 변화에 대한 어른들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툰베리가 처음 세상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8월 스웨덴 정국이 한창 총선의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다. 당시 15세의 중학생이었던 툰베리는 어느 날 갑자기 ‘Skolstrejk för Klimatet(기후를 위한 학교 거부)’라고 적힌 볼품없는 피켓 하나를 들고 스톡홀름에 있는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앉았다.

툰베리는 “스웨덴은 점점 더 나쁜 것들로 인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그들이 스웨덴의 땅이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시위의 이유를 밝혔다.

교사 노조에서 동조 응원 시위를 하고, 다른 중학생과 고등학생들도 툰베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툰베리의 소식은 삽시간에 스웨덴 전역을 넘어 유럽 전체로 퍼졌다. 그렇게 ㅌㄴ베리의 1인 시위는 8월 22일부터 9월 9일 총선 투표일까지 이어졌다.

총선이 끝난 후 금세 잊히는 듯했던 툰베리가 다시 뉴스의 주요 면을 장식한 것은 지난 2월 3일부터 15일까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렸던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

이때 툰베리의 이름 앞에는 단순히 ‘15세의 기후운동가’라는 수식어가 아닌 ‘기후정의네트워크(Climate Justice Now Network) 대표’라는 직책이 선명하게 새겨 있었다. 공식 연설자로 나선 툰베리는 각국의 기후 책임자들에게 “당신들은 당신의 자녀들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몰아쳤다.

그 뒤 다보스 포럼 등 국제회의에서 기후와 관련한 연설을 하면서 툰베리는 이미 국제적인 인물로 급부상했고, 얼마 전 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십대 청소년들의 연례 명단을 발표하며 툰베리의 이름을 그 명단에 올렸다. 그리고 급기야는 올해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제 툰베리의 무대는 전 유럽이 됐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은 2주의 일정으로 바티칸을 비롯해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영국 런던에서 대중들 앞에서 서서 당당한 연설을 했다.

특히 유럽 하원에서 툰베리가 연설을 하고 난 후 기라성 같은 영국 하원의 정치가들은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거나 “그 당찬 16세 꼬마의 목소리가 천상에서 들리는 하느님의 벽력같은 꾸지람처럼 들렸다”는 등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툰베리의 유명세는 이미 국제적인 인물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스웨덴의 옆 나라인 노르웨이의 하랄드 5세 국왕의 장녀이며,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인 마르타 루이스((Martha Louise) 공주는 자신의 SNS에서 “그레타 툰베리는 나의 새로운 영웅”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덩달아 노르웨이 시민들도 마르타 공주가 예찬한 툰베리를 ‘기후의 수호자’라고 부르면서 “이 소녀는 정말 환상적이다. 우리는 매우 감동했어, 그레타, 고마워”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할리우드 톱스타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내기도 한 정치인인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툰베리의 기후와 관련한 활동을 극찬하면서 “대단한 청소년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해 8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사진 = 이석원) 지난 해 8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사진 = 이석원)

본인 스스로가 환경 운동가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툰베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툰베리의 싸움은 세계의 환경을 파괴하는 강대국과 대기업,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한 매우 중요한 경고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물론 툰베리에 대해 스웨덴의 칼 16세 구스타브 국왕이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의 관심도 대단하다. 특히 빅토리아 공주는 스웨덴 공영 방송인 SVT에 출연해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의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자산”이라며 “스웨덴의 청소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웨덴 시민들은 은근히 세계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비공식적으로 툰베리는 현재 역대 최연소 노벨상 후보자다.(노벨상 후보자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 만약 오는 10월 툰베리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확정된다면, 지난 2014년 17세의 나이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의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를 뛰어넘어 세계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

툰베리 자신도 세계의 뉴스에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조금은 신기해한다. 그는 SVT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국제회의에서 연설할 때보다 내 모습이 스웨덴이 아닌 다른 나라의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마르타 공주나 아놀드 슈왈제네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한 인물들이 자신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며 앳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레타 툰베리를 보는 스웨덴 시민들의 시선은 신기함 보다는 기특함이다. 대견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큰 기대감임을 감추지 않는다.

지금도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작은 피켓 하나를 들고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 나간다. 그는 금요일 하루쯤은 기후를 위해 학교를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지금 ‘미래를 위한 금요일(Fredag för framtiden)’ 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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