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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입력 2019.07.11 09:00 수정 2019.07.11 08:28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휘락의 안보백신> 에칭 가스 의혹은 안보문제

석탄 환적의 사례 유념…레이더-초계기 사건에 대한 정밀 조사도 필요

북핵 위협으로 한일협력은 사활적 과제…한일관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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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으로 한일협력은 사활적 과제…한일관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1월 내린 판결, 즉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신일본제철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급기야 일본은 2019년 7월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3개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포토레지스트, 고(高)순도(純度)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로서, 이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70-90%를 장악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과의 무역에서의 우대를 허용해온 '백색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삭제하겠다는 뜻도 전달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하여 문재인 정부는 일단 강경한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주요 기업의 책임자들을 만나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하여 항의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나름대로 다른 공급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이 강경하여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확대해 나갈 경우 일본의 중간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할 것이다.

에칭 가스 의혹은 안보문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단행된 것이 아니라는 일본의 설명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2019년 6월 4일 에 출연하여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용도로의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하였고, 5일에도 “특정 시기에 에칭 가스 관련 대량 발주가 들어왔는데, 이후 한국 기업에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독가스나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의 행선지가 북한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6월 7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면서 그것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한 조치임을 주장하였다.

에칭가스는 순도가 99.999%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말하는데,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를 깎는 ‘식각(蝕刻, etching)’에 사용되고 그래서 ‘에칭가스’라고 부른다. 이것은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어 대체 공급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에칭가스의 경우 사람이 가스 형태로 흡입하면 그 수소가 몸 안의 기관지와 폐에 있는 수분과 만나 독성물질인 불산으로 변화함으로써 호흡곤란을 야기하거나 체내 칼슘 농도를 낮춰서 신경계를 손상시킬 수 있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화학무기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에칭가스를 비롯한 불화수소로 우라늄 광석을 녹이면 우라늄이 육불화우라늄(UF6) 형태로 변하는데, 이 UF6를 원심분리기에 넣어서 돌리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에칭가스는 화학무기와 핵무기 모두의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의혹 제기에 대하여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화학무기의 경우 굳이 고순도의 불화수소인 에칭가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한국 기업들의 경우 위 소재들의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고위급 정치인과 수상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을 무시해버리기는 어렵다. 만약 일본에서 주장한 바가 사실이라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한국의 회사가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안보태세에 심각한 구멍이 발생한 것이며, 그에 관여한 개인이나 회사는 보안법 위반은 물론이고, 반역죄까지도 가능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본의 주장이 과장되었고, 우리 정부와 전문가의 설명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워낙 고위층에서 제기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주장을 조사는 해봐야 할 것이다. 일본에게 증거를 대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에칭 가스를 사용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그것이 얼마나 수입되어서 얼마를 사용한 후 얼마가 남아있는지를 파악하고, 사용한 양이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데만 사용된 것이 확실한 지를 점검해야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국민에게 보고하고, 일본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확실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일본이 과장한 점이 있으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요구해야할 것이다.

석탄 환적의 사례 유념

최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관련하여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라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각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있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이나 북한 석탄의 구매에 한국의 회사들이 개입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2019년 3월 대북제재 연례보고서를 공개하였는데, 그 내용에 의하면 2018년 4월 경 북한의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를 인도네시아에서 억류하였는데, 그 화물선에 실린 석탄 2만 5500톤의 최종목적지가 한국 고양시 소재의 어느 기업이었다고 한다.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한국 선적의 선박이 출항을 보류당하였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자 한국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북제재위반을 위한 특별팀을 구성하였고, “한국유조선→제3국 선박→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이 불법 환적되는 사례가 없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불법환적에 한국 선박이 연루된 것이 개인이나 회사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관련되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 정부가 묵인했는지를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의 회사들이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서는 경제제재를 통하여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칭가스에 관해서도 어떤 기업이 불법적인 행위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정부에서 충분한 감독을 했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

레이더-초계기 사건에 대한 정밀 조사도 필요

유사한 맥락에서 지난 해 12월 20일 한국 군함에서 일본의 초계기에 대하여 사격통제용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제3자에게 의뢰하여 다시 한번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조사해볼 필요성도 없지 않다. 당시 한국 군함은 북한 어선을 수색하고 있었다고 하고, 일본의 초계기가 지나치게 근접 접근을 했지만 사격통제용 레이더의 전자파는 방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한국 군함이 북한의 어떤 배를 수색하고 있었고, 그 결과로 무엇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된 바가 없다. 한국 군함의 비정상적인 어떤 행위를 일본의 초계기가 발견하여 확인하고자 접근했다면 레이더 조사나 초계기의 저공비행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군은 사격통제용 레이더의 전자파를 방사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일본의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다. 일본 초계기가 소속된 해상자위대 제3 항공대 사령관은 2019년 2월 17일 레이더파의 특성을 분석하여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었고, 화기의 사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의 레이더로부터의 전파가 조사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일본의 방위상은 2019년 6월 1일 싱가포르에서의 한국 국방장관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이 레이더 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한국 국민으로서는 우리 정부와 군대의 발표를 믿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방위상까지 나서서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문제도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을 중심으로 전문가로 팀을 구성하여 한국 해군에서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고, 일본에게 요청하여 일본의 자료를 비밀을 지키면서 열람하면 충분히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이 레이더를 조사했다면 인정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될 일인데, 서로의 입장만 주장함으로써 작은 일이 한일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북핵 위협으로 한일협력은 사활적 과제일 수도

현재 미국과 북한 간에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협상 자체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 동안 세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및 한 차례의 판문점 회동을 통해서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관련하여 달성한 성과는 없다.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폐기는 거론하지도 않은 채 핵군축 차원에서 영변의 핵시설 폐기 정도만 제시하면서 미국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 언론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관측을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을 경우 한국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도록 하여 핵균형을 이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미국이 허용해줘야 가능한 사항이고,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이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한미동맹의 약속을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의 핵보유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두 국가 모두 북한 핵미사일의 사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고,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북한의 주변국가들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만 핵무기 없이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 한국을 버릴 경우 한국의 북핵 대응에 협력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그런데도 일본과의 협력을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려는가?

한일관계는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에칭가스에 관한 일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현재 내부 안보태세에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과거사나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부 회사나 개인들이 이적행위를 공공연히 하고 있고,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에칭가스를 사용한 기업체를 직접 감사하여 수입 양, 사용량, 재고를 정확하게 비교하고, 사용된 양 중에서 외부로 유출된 것이 없는 지를 정확하게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그에 맞춰서 조치해야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북핵 위협으로 인하여 한일관계를 경제나 역사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여 안보 차원에서 일본을 어떻게 활용하고, 일본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그로부터 대일본 정책의 기본방향을 도출하여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 예하의 7개 기지를 포함하여 일본은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를 증진하고자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국익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감정을 감출 줄 아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가 현재처럼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도록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적시적절하게 강구하지 못한 외교 책임자들의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이 있는 인사는 문책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에 어떤 문제가 악화되기 이전에 사전에 파악하여 해결하는 것이 외교관의 기본적인 임무인데, 그것을 소홀히 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일본을 비롯한 4강 외교에 관한 비전과 경륜이 있는 사람으로 한국 외교장관을 교체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사안일 수 있다.

일본이 결정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단순한 과거사 문제의 연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는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이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거나 범정부 차원의 대응기구를 만들어서 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정부는 국민의 여론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국민을 설득하고자 노력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 국가안이기 때문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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