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골 손흥민, 고메즈 잊지 않고 '트라우마' 극복
챔피언스리그 즈베즈다 원정서 멀티골
고메즈 향한 기도 세리머니로 눈길
손흥민(27·토트넘)은 유럽 무대 한국인 선수 최다골을 터뜨리는 역사적 순간에도 안드레 고메즈(26·에버턴)를 먼저 떠올렸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라이코미티히 스타디움서 펼쳐진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작렬, ‘차붐’ 차범근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선수 최다골(121)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국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를 매기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지난 4일 영국 구디슨파크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 원정에서 안드레 고메스의 치명적 부상의 발단이 된 백태클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눈물을 쏟았던 손흥민은 예상을 깨고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 구단도 손흥민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며 심리 치료까지 제공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받은 퇴장(레드카드)과 3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모두 철회됐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짐까지 내려놓기는 어려웠던 손흥민은 주변의 우려를 딛고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2골을 터뜨리며 4-0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2분 골대를 강타한 손흥민은 1-0 앞선 후반 12분, 마침내 차범근 기록을 깼다. 역습 과정에서 알리가 박스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했고, 이를 받은 손흥민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즈베즈다 골네트를 흔들었다.
챔피언스리그 원정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린 동시에 유럽 무대서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세운 역사적 순간에도 손흥민은 기쁨의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카메라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전날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고메즈의 쾌유를 바라는 진심을 전했다. 상황을 알고 있는 동료들도 격한 축하 세리머니 대신 차분하게 손흥민을 격려했다.
불과 4분 뒤 또 골을 터뜨렸다. 대니 로즈의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팀 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유럽 무대 통산 123골이자 시즌 7호골이다. 멀티골을 터뜨린 후에도 손흥민은 세리머니를 아꼈다.
경기 전까지 고메스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고메즈를 잊지 않으면서도 실력으로 고메즈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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