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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한국형 헤지펀드…사업 접는 운용사 '속속'


입력 2019.11.21 06:00 수정 2019.11.20 20:42        이미경 기자

교보악사, 헤지펀드 2개 연내 청산키로

롱숏 기반 1세대 헤지펀드서 자금 이탈

교보악사, 헤지펀드 2개 연내 청산키로
롱숏 기반 1세대 헤지펀드서 자금 이탈


지난달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 규모는 34조2000억원으로 8월 말 이후 설정금액이 감소세를 보이며 역성장하고 있다. ⓒ데일리안DB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여파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형 헤지펀드 1세대로 잘 알려진 교보악사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최근 헤지펀드 상품들을 잇따라 청산하면서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이던 시장이 다시 위축모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사모 헤지펀드를 설정하려다가 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 규모는 34조2000억원으로 8월 말 이후 설정금액이 감소세를 보이며 역성장하고 있다. 헤지펀드 신규 설정 역시 지난달에 159개에 이르고 있지만 동시에 163개사가 해지되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형 헤지펀드 1세대들이 사업을 속속 접으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최근 2012년 헤지펀드 시장 진출한지 8년 만에 헤지펀드 사업을 접는다. 교보악사는 지난 8년간 운용해온 교보악사 매그넘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와 교보악사 ORANGE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등 2개 펀드를 연내 청산하기로 했다. 이 두 펀드에서 작년말 기준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곧 청산되는 이 펀드들은 롱숏전략에 기반한 에쿼티 헤지(Equity Hedge)이다. 한 때 누적수익률이 20%를 웃돌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했던 펀드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 부진 여파로 이 두 펀드의 2018년 연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악사 매그넘 펀드는 -5.6%, 교보악사ORANGE 펀드는 -6.1%로 수익률이 부진했다. 교보악사는 AXA와 손잡고 기존 헤지펀드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롱숏 전략 자체가 한국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하이자산운용이 2012년 12월에 설정한 하이힘센펀더멘탈롱숏펀드1호 역시 1세대 헤지펀드인데 설정액 감소와 수익률 부진으로 청산위기에 놓여있다. 이 펀드도 한 때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익률 부진과 변동성 부진 등의 여파로 누적 수익률은 -20%까지 하락했다. 설정규모도 작년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이달에만 헤지펀드가 163개나 해지되며 시장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로 헤지펀드로 불똥이 튀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개인 최소 투자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금융사 경영진 책임강화 및 내부통제 강화, 은행 및 보험사의 고위험상품 판매제한 등을 내놨다. 이에 업계에서는 급속도록 성장했던 헤지펀드 시장도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 사업을 접는 운용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헤지펀드 규모는 더욱 쪼그라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운용사들 중에는 헤지펀드를 추가로 설정하려다 포기하거나 미루는 곳곳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금융당국 규제가 급성장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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