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병헌 "'백두산', 재미없었으면 안했죠"
영화 '백두산'서 북한 비밀요원 리준평 역
"CG 입힌 완성본 보니 나도 깜짝 놀라"
영화 '백두산'서 북한 비밀요원 리준평 역
"CG 입힌 완성본 보니 나도 깜짝 놀라"
"상업적인 오락 영화예요. 꼭 재밌어야 합니다."
이병헌(49)이 힘주어 말했다. 연기하면 토를 달 수 없는 그가 연말 극장가로 돌아왔다.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큰 사랑을 받은 그이기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그가 주연한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12월 19일 개봉)은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 신작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북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 유머, 감동 등을 내세운 연말 극장가 대작이다.
이병헌은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결정적인 정보를 손에 쥔 북한 무력부 소속 비밀 요원 리준평을 연기했다.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를 자아낼 만큼 압도적 존재감과 연기력을 뽐냈다.
1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이야기 안에만 빠져 있다가 CG가 입혀진 거대한 스케일의 완성본을 보니 관객 입장에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과 리액션의 조화가 가장 중요했다"며 "3D로 신을 만든 그림을 먼저 볼 수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고 전했다.
영화는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리준평(이병헌)-조인창(하정우)의 버디 무비에 가깝다. 둘의 감정선, 액션, 이야기가 영화 전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두 배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이병헌은 "그간 나온 재난 영화와는 다른 게 버디 무비 형식이었다"며 "하정우 씨와 함께 하는 버디 무비라서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둘이 티격태격하는 부분은 대중이 좋아할 만큼 시나리오에 담겼다"며 "관객 취향에 따라 다를 듯하다"고 설명했다.
결말에 대해선 "리준평의 대사에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북한 요원을 연기한 이병헌은 북한 사투리부터 러시아어, 중국어 등을 구사했다.
영화에서 리준평의 첫 등장은 압도적이다. 임팩트 있는 느낌을 주려고 신경 썼다.
'백두산'은 연말 극장가를 노린 탓에 종합선물세트를 지향했다. 액션, 재난 과정의 화려한 볼거리와 눈물·가족애·부성애·감동·코믹 등 넣을 수 있는 건 모두 쏟아부었다.
이에 대한 배우의 생각이 궁금했다. "'백두산'은 상업적인 오락영화예요. 재미가 제일 중요하죠. 무겁고 어두운 영화라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 듯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후 이미지가 다른 작품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간 부분이 있어서 더 코믹하고 밝아진 듯해요."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병헌은 "국내 작품 제작 환경이 예전보다 좋아졌다"며 "외국에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날렵한 총격 액션을 선보인 그는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연기하기 힘들고 신경 쓰인다"며 "총기 액션을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부분을 묻자 "딸을 만났을 때 장면이 편집돼서 아쉽다"며 "관객이 손꼽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 아빠인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부성애를 연기했다. 그는 "실제 아빠라서 감정 이입이 쉽긴 하다"고 말했다.
대중은 이병헌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병헌이 나온 영화나 드라마는 믿고 본다는 평이 잇따른다.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부담감은 느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죠. 작품의 성패에 대해선 크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1991년 KBS 14기 공채로 데뷔한 이병헌은 자타공인 '연기의 신'으로 불린다. 어떤 작품에서든 출중한 연기를 뽐낸다.
비주얼, 화제성, 연기력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배우다. 특히 안정적인 연기력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주얼 덕에 멜로, 액션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방송한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태리와 호흡도 매끈하게 해냈다. 비슷한 나이대 배우 중 멜로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이병헌뿐이다.
배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쑥스러워한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배우는 액션, 코믹, 멜로, 호러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네 삶에 이 장르의 모든 감정이 포함되잖아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지만 재난과 호러 영화는 끌리지 않아요(웃음).
이병헌은 쉼 없이 일하는 배우다. 내년 초엔 송강호와 함께 영화 '비상선언'을 찍고, 하반기엔 노희경 작가의 신작 'HERE(가제)'에 나온다.
'연기의 신' 이병헌도 실시간 예매율을 볼지 궁금했다. 배우는 "예매율 사이트가 있는 걸 알았다"며 "내가 직접 찾아서 본다"고 웃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재치 넘치는 짤들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배우는 "옆에서 매니저가 도와준다"면서 "어쩔 땐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팬들의 반응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연말을 맞아 관객들에게도 재치 넘치는 인사말을 전했다. "연말에는 '백두산'과, 연시에는 '남산의 부장들'과 함께 했으면 해요. 완벽한 연말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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