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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대권 경쟁자 정리설'…현실성 있나


입력 2020.01.13 04:00 수정 2020.01.13 18:44        정도원 기자

홍준표·김태호 향한 압박에 김병준·오세훈도 의구심

계속된 '위협구'에도 공천배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압박 공개적으로 하니 부작용…물밑조율·접촉해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난 뒤, 천막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난 뒤, 천막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지도급 인사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투 트랙'으로 울려퍼지고 있다. 계속되는 험지 출마 압박에 황교안 대표가 당내 대권 경쟁자들을 상대로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나자, 이를 다독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근 '공정한 공천'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고위 복귀 일성으로 "가장 공정한 공천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황 대표는, 지난 9일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공천 과정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권 경쟁자 정리설'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투 트랙'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10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어려운 총선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진출해서, 전체적으로 당이 승리하는데 이바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황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부산일보를 통해 "당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수도권 전략 지역에) 안 나간다고 하면 공천을 안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위협구를 던졌다.


'투톱' 심재철 원내대표도 압박에 가세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지도급 인사들은 수도권 험지로 나와달라"며 "고향땅 영남보다는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어렵겠지만, 고향에 안주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는 닫히고 말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당대표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한 마당에 일견 있을 수 있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지도급 인사'들을 바꿔말하면 황 대표의 당내 대권 경쟁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미묘한 우려가 피어오르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압박의 직접적 대상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물론,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도 공천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동작을의)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더 험지'로 옮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태호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같은 '대권 경쟁자 정리설'은 총선 이후 2022년 대권과 관련해 제기된다. 총선이 끝나면 황교안 대표는 승패에 관계없이 곧 물러나야 한다. 한국당 당헌 제71조 2항은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하게 돼 있다.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 9월까지는 황 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셈이다.


그러면 새로 전당대회를 해서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를 선출한 뒤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다. 지금은 함께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처지지만, 각자가 총선에서 희비가 엇갈린 뒤에는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진검승부'를 해야할 처지인 것이다. 의심이 생기지 않을래야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 주변에서 DJ 새정치국민회의 이야기가 자주 회자된다는 말이 있다"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민주당을 분당하고 국민회의를 만들어 1996년 총선에서 79석을 건지는데 그쳤지만, 소수더라도 충성심 강한 동교동계로 당이 똘똘 뭉쳐 있었기에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위협구가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지만, 이같은 '정리설'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장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을 의도적으로 공천배제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컷오프'라는 것은 그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이 대상이다. 황교안 대표도 두어 차례 홍준표 전 대표를 가리켜 그냥 '당원'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듯이, 홍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의 현재 신분은 평당원이다.


물론 '일개 당원'을 경선에 올릴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기준 미달시에 탈락시킬 수는 있다. 군소 예비후보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그런데 홍 전 대표나 김 전 최고위원을 넣고 여론조사를 돌렸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공천배제를 하려면 당헌·당규나 전례를 뛰어넘어 권도(權道)로 컷오프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굉장한 잡음과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물며 이미 대구 수성갑 출마를 포기하고 당의 요청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김병준 전 위원장이나, '한강벨트'의 하나로 '험지 중의 험지' 서울 광진을을 맡아 1년 넘게 밭을 갈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공천배제는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DJ 국민회의' 모델도 인과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DJ는 직전해 총선에서 당을 깨고 자기편만으로 79석 정당을 만들어 대권을 차지한 게 아니라,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도와주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가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하고 나와 당선된 것"이라며 "전혀 관련이 없는 요소를 대권 획득의 요인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최근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는 것은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을 수도권 험지로 끌어내려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까지 생뚱맞은 불안감을 느낄까봐 내는 목소리일 수 있다"면서도 "'험지 출마' 압박은 사전조율과 물밑접촉을 통해 하는 게 맞는데,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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