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함영주에 문책경고…3년 간 연임·취업 제한
최종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 걸릴 듯…복잡해지는 '수 싸움'
금융감독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손실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날 결정으로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던 손 회장의 연임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고, 하나금융의 차기 대권을 노리던 함 부회장도 꿈을 접어야 할 처지가 됐다. 다만 마지막 결론이 나오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복잡한 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DLF 상품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내부통제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최종 제재심에 앞서 금감원은 이들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해둔 상태였다. 이번 달 중순부터 이어진 금감원 제재심에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직접 나와 소명에 나섰지만, 징계 수위에 번복은 없었다.
제재심에 앞서 금감원은 관련 금융사들을 상대로 한 검사 결과, 상품 설계와 제조·판매 등에서 ▲리스크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사례 등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품위원회의 승인 없이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던 고객 혹은 난청인 고령 치매 환자 등에게 초고위험 상품인 DLF를 파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DFL에 가입했던 투자자만 총 3021명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으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불투명해졌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은 물론 앞으로 3년 동안 금융권 취업 자체가 제한돼서다. 하지만 최종 판단까지는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의 결정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당장 비상이 걸린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올리고 연임을 결정할 계획이었는데, 금감원 징계대로라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이의신청 제기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금감원에 맞서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 변수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이다. 금융위에서의 추가 공방이 길어져 결론이 주총 이후로 미뤄질 경우 손 회장의 연임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제시된다.
금융위와의 역학 관계도 주목된다. 최고경영자 중징계 처분으로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오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을 모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던 금융위로서는 난감한 입장이 될 수 있어서다. 예보는 우리금융 주식 17.25%를 보유한 최대주주임과 동시에 금융위 산하기관이다. 우리금융 위에 예보가 있고, 다시 그 위에 금융위가 자리하는 구조다.
함 부회장의 거취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현 회장에 이은 2인자로,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다. 그러나 금감원 중징계로 인해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 회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사실상 올해가 최고경영자로서의 마지막 해다.
다만, 내부통제 부실로 경영진 제재가 가능하다는 금감원의 해석에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변수다. 이날 금감원은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양정 규정에 따라 제재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고 시행령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두 회사 측에서는 자체 내규 상 내부통제 기준이 있던 상태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문책경고가 내려진 것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제재에 이의 제기를 하거나 제재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신청할 수도 있다. 또 제재 효력 시점을 둘러싸고 은행장 시절부터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일부 금융사의 경우 이번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금융위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겠는 입장을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수의 점포에서 불완전판매가 다발적으로 일어난 만큼 판매 직원의 행위에 대해 개별적 책임을 묻기보단 감독자인 경영진 차원서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소비자보호와 실행성, 유지를 위해 규정해야 할 내부통제 기본 원칙들이 있는 만큼 실질적 책임자인 경영진에 과실을 물었고 이는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