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익 87% 급감...업황 악화 직격탄 맞아
수요 확대 속 수익성 극대화...보수적 투자는 지속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어닝쇼크’의 충격을 딛고 부활에 나선다. 지난해 실적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공급 확대로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1일 진행된 4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높은 20%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낸드는 약 30% 초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D램 시장은 서버 D램의 수요 회복과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형적인 상저하고의 수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도 PC 및 데이터센터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하고 고용량화 추세가 확대되면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진석 CFO는 현재 메모리 재고 상황에 대해서 “지난해 말 D램과 낸드 재고 수준은 안정적"이라며 "D램 재고는 지난해 3분기 5주 수준에서 지난해 말 4주 미만으로 감소했고 낸드 재고도 지난해 말 5주 이하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는 고부가가지 제품 위주의 공급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D램의 경우, 2세대 10나노급 제품인 1y나노(10나노 중반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LPDDR5 제품 등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제품인 10나노급 3세대 제품(1z나노·10나노 초반대)도 연내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측은 “올해 서버 D램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며 “일부 고객의 안전재고 확보가 있을 수 있지만 시스템 빌드 증가, 데이터센터 관련 콘텐츠 증가, 5G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인프라 성장을 바탕으로 D램 성장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모바일D램도 중화권 고객 중심의 수요 회복세가 2분기부터 본격적ㅇ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측은 중화권 모바일 D램 수요에 대해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이후 신규 스마트폰 판매가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다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스마트폰 부문은 지난해 대비 소폭 성장할 것”이라며 “월드와이드 선두업체들의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및 판매 확대로 5G폰이 약 2억대 이상 성장할 것이란 기존 전망에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초호황이었던 2017년과 2018년에 전체 매출의 4분의 3, 영업이익의 90% 가량이 D램에서 나오는 등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D램 의존도 편중이라는 그림자는 지우지 못했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에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화 폭이 컸던 것도 이러한 D램 의존도 편중에 따른 영향이 컸다.
이에 회사측은 올해 낸드플래시 96단 제품 및 SSD향 매출 비중을 지속 늘려나가며 비중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128단 제품 역시 연내에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고 고용량 솔루션 시장으로의 판매를 확대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회사측은 "올해 스마트폰 낸드플래시 평균 채용량은 110기가바이트(GB)로 지난해보다 20%대 중반가량 늘어난다"며 “5G 콘텐츠 증가율은 제한적으로 올해 낸드 도입 확대는 콘텐츠 증가가 아닌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인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카메라이미지센서(CIS) 시장 점유율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회사는 “CIS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고화소 제품 수요가 늘어나며 중저화소 제품군의 공급도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주력인 2000만화소 이하 주력 제품 공급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부족분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라며 "M10 D램 공장을 12인치 팹으로 전환하며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는데 공급량이 많지는 않지만 수요를 충족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측은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보수적인 투자·생산 기조는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요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상존함에 따라 보다 신중한 생산 및 투자 전략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전환 과정에서도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한편 차세대 제품의 차질 없는 준비로 원가 절감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측은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17조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12조7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며 "최근 시장 환경 개선세가 있지만 아직 모든 변수가 정상수준은 아니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생각해 보수적인 투자와 생산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투자 역시 이런 기조 하에서 지난해보다 상당 폭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장기투자나 인프라투자 모두 감소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고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는 신중히 접근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 사태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중국 현지 공장 조업에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현재 중국 우시를 비롯해 중국 소재 사업장에서는 큰 변화나 조업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 앞서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26조9907억원과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도(매출액 40조4451억원·영업이익 20조8438억원) 대비 각각 33%와 87% 감소한 수치로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고객들의 재고 증가와 보수적인 구매 정책으로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