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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쇼크로 기로에 선 '한국형 헤지펀드' 탈출구 있나


입력 2020.02.17 06:00 수정 2020.02.16 20:24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전문가들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운용상 부당행위 등 대안 미비" 분석

금융당국의 과도한 육성정책이 화불러, 제2라임 대비 위한 대안책 필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라임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 규제안이 자율규제 강화를 초점으로 방향성이 정해졌지만 성장가도를 이어온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타격이 큰 만큼 빠른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이 나와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제2의 라임사태를 막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모펀드 규제 개선 내용에 따르면 기업의 창업·성장·회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으로서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운용 자율성'은 지속적으로 보장하되 실태점검 결과 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제도적 미비사항 및 일부 취약한 운용구조 보완을 위한 규율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라임을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위험한 운용형태나 투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수탁회사, 증권사, 투자자의 위험관리가 미비함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의 필요사항을 보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를 더욱 조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 제도상 미비점에 대한 보완으로 시장혼란을 최소화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된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식의 보완이 제2의 라임사태가 불거졌을때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번 규제안을 보면 사태를 개선시킬만한 규제는 보이지 않는다"며 "차후에 제2의 라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규제가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운용 자율성을 보장해줬지만 최근 라임사태로 불거진 불완전판매와 유동성 관리 실패, 운용상 위법이나 부당행위 등을 막을 전천후 규제안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고성장으로 인한 성장통…사모펀드 전체 불신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장하기 위해 거칠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모펀드가 중기벤처를 위한 대표적 민간 모험자본이라는 타이틀로 급성장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번 사태가 사모펀드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마저 가리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4년전 금융위원회는 처음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문턱을 낮추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길을 터줬다. 당시 틀어막혔던 칸막이 규제가 제거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2012년에 출범을 시작한 라임자산운용이 대표적인 헤지펀드 운용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 금융당국은 사모자산운용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는 등 운용규제를 대폭 간소화했다. 이는 사모펀드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헤지펀드 업계로 몰려드는 인재에 대한 몸값도 높아지며 사모펀드 시장은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빗장은 물론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마저 해제하는 특례규정을 적용하면서 사모펀드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펀드 등록요건을 비롯한 판매보수, 회계 감사 등의 장치가 사라지는 등의 규제 완화를 라임 등이 악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험자본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위험관리와 내부통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의 특성에 대해 좀 더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의 특성이 자율적으로 투자하되 자기책임의 원칙을 확장시키는 펀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 사모펀드의 성격에 따라 투자자가 감당할 몫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는 지난 2018년 23조9540억원에서 1년만인 지난해 11월 말에 34조5090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만에 10조원 넘게 성장한 셈이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는 212곳 운용사의 3034개 헤지펀드가 운용중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나타났다. 지난 1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34조1000억원 규모로 전월대비 4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는 최근 2년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라임 사태가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유동성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라임사태에 이어 지난 1월 28일에는 알펜루트의 개방형 펀드들의 환매 연기가 있었는데 유사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건전한 기업의 자금 조달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을 하는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들이 메자닌에 투자할 예산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사장단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회의를 열어 각 회사가 1000억원씩 총 6000억원 수준의 투자 예산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확보된 예산은 심사를 거친 건전한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들은 메자닌 자산을 시장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장기간 투자해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리스크가 헤지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헤지펀드 상품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헤지펀드의 특성을 한국시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라임같은 경우 비시장성 자산을 담보로 한 사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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