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이후 최초로 가입자 증가 폭 30만↓
‘전국망 구축 미흡·킬러 콘텐츠 부재’ 원인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 딜레마에 빠졌다. 출혈 경쟁을 지양하며 비용을 아끼고 보니 5G 가입자 증가세가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원금 외에 소비자들이 고가의 5G 요금제로 전환할만한 확실한 유인책이 없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통 3사는 지난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5G 전용 콘텐츠를 잇달아 내놨지만 내세울 만한 흥행작은 없었다. 전국적으로 불완전한 5G 커버리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회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5G 가입자 증가세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500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495만84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66만8154명) 대비 약 29만명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월 세계 첫 5G 상용화 이후 가입자 증가 폭이 처음으로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지난해 5G 상용화와 동시에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갤럭시S10’, LG전자 ‘LG V50 씽큐(ThinQ)’ 등 최신 5G 스마트폰에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상용화 초기 빠른 5G 가입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마케팅비 폭증으로 지난해 전체적인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이통 3사는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10’부터 공시지원금을 축소하고 마케팅비를 제한적으로 집행했다. 11월에는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출시된 애플 ‘아이폰11’ 시리즈 영향으로 5G 가입자 증가 폭이 더 둔화했다.
이달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출시로 5G 가입자 증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레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통 3사의 갤럭시S20 시리즈 첫날 개통량은 약 7만대로 파악됐다. 전작인 갤럭시S10 시리즈 첫날 개통량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자급제 물량을 포함해도 전작 대비 80%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LTE에서 5G로 빠른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가 필요하지만, 상용화 9개월이 현 시점까지도 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5G의 특징인 ‘초저지연’을 느낄 수 있는 28기가헤르츠(㎓) 대역과 단독 규격(SA) 서비스 상용화 시기도 불투명하다. 이통 3사는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제조사와 적극 협의 중이라고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S20의 공시지원금이 최대 24만원으로 전작에 비해 낮게 책정된 것도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통 3사는 제품 정식 출시일 경쟁사의 기습 공시지원금 상향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0 정식 출시일인 6일에는 공시지원금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향되거나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